5.24 조치 3년…남북 경제교류 꽁꽁 막혀

지난 3일 개성공단 남측 잔류 인원이 모두 철수한 가운데, 텅 빈 세관 진입로에 경찰이 서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5.24 대북 조치가 해제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3년 전인 2010년 5월24일, 한국 정부는 남북간 교역과 교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5.24조치로 불리는 대북 경제제재를 통해, 남북 교역과 경제협력을 전면 중단하고 한국민의 방북을 허가하지 않는 한편 제3국 등에서의 북한 주민 접촉도 제한했습니다.

또 대북 신규투자를 불허하고 개성공단 체류인원을 제한했으며 북한 선박의 한국 해역 운항을 금지했습니다.

다만, 개성공단은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이명박 당시 한국 대통령은 한국 해군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국제조사단이 발표한 지 나흘 만인 이날, 더 이상의 남북 교류와 협력은 의미없는 일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녹취: 이명박 대통령]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고귀한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 상황에서 더 이상의 교류협력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이후 5.24 조치의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된 일반교역과 위탁가공 교역은 중대한 타격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주로 북한 물품을 들여오는 일반교역의 경우, 2009년에는 2억5천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지난 해에는84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원자재와 부자재를 북측에 보낸 뒤 가공을 통해 완제품을 들여오는 위탁가공도 2009년 4억9천만 달러였지만 지난 해에는 실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런 사이에 북한 경제의 대 중국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2007년 북-중 교역과 남북교역 규모는 각각 20억 달러와 18억 달러로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지난 해 북-중 교역액은 59억3천만 달러로 남북교역액의 3배를 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5.24 조치에서 제외된 개성공단은 몇 차례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지난 해 말 현재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교역액은 19억6천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달 초 북한 측의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 조치로 조업이 중단되면서 개성공단도 가동 9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녹취: 조선중앙 TV]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던 우리 종업원들을 전부 철수한다.”

이에 따라 5.24 조치 3주년을 맞는 지금 남북교역과 경제협력은 완전히 막혀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한국의 박근혜 새 정부가 5.24 조치 완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해거드 교수]

상업적인 차원의 제재 해제 조짐은 아직 없지만 적어도 인도적인 차원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의 민간단체인 IBK 경제연구소의 조봉현 선임 연구위원은 현 상황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것은 북한의 태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봉현 연구위원] “북한의 전향적인 조치가 나오면 5.24 조치에 대해 민간 차원에서부터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북한이 지금 계속적으로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정부가 5.24 조치를 해제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조 연구위원은 앞으로 북한이 좀 더 유화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았기 때문에 이제는 대화 분위기로 바꾸면서 경제협력 복원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워싱턴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단순히 5.24제재를 해제하고 과거로 복귀하는 것은 좋은 선택 방안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남북간의 어떤 경제적 관계가 북한이 국제경제체제에 통합되는데 더욱 도움이 되고 적절한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뱁슨 전 고문은 과거 한국의 햇볕정책 아래서 진행됐던 남북교역이나 경제협력은 북한의 경제적 변화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그 같은 실수를 피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상호주의 원칙을 수정보완하는 것이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