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 외화 사용 갈수록 늘어'

미화 100달러 지폐 (자료사진)

북한 주민들이 갈수록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북한 원화는 가치를 사실상 상실했다고 하는데요,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서 북한 원화 대신 미국 달러화나 중국 위안화가 보다 폭넓게 통용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3일 보도했습니다.

이 통신은 전문가와 탈북자, 중국 접경지역 무역상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이같이 전하면서, 지난 2009년 북한의 화폐개혁으로 북한 주민들의 저축이 모두 사라진 뒤부터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신은 북한에서 얼마나 많은 외화가 유통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산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민간 연구단체인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우,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20억 달러 정도의 외화가 북한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수치는 북한경제 규모 추정치 2백15억 달러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유통되는 외화가 2000년 10억 달러에서 지금은 20억 달러로 늘었다며,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미국 달러화이며 40%는 위안화, 나머지 10%가 유로화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탈북자 권효진 씨는 3일 `VOA'에, 현재 북한에서 북한 돈은 가치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효진 탈북자] “북한의 내화 돈은 숨을 거의 거두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제1 금융이 달러라면 2금융이 위안화고 3금융이 원화, 이렇게 인식하면 옳을 것 같습니다. 그 만큼 북한 돈이 가치를 상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화폐개혁 당시 미화 1달러 당 30원 하던 환율이 지금은 8천5백원으로 급등했다며, 이 같은 장마당 환율은 북한 원화의 가치가 얼마나 폭락했는지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북한 화폐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달러화나 위안화 등 외화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고, 특히 최근에는 북-중 교역이나 밀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듯 위안화 사용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통신은 전했습니다.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지린성 창바이현의 한 중국 무역상은 심지어 북한 관리들도 식량보다 위안화를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들이 중국을 통해 북한의 친척들에게 보내는 것으로 추정되는 연간 1천만 달러 정도의 송금이 대부분 위안화로 북한에 전달되는 것도 북한 내 위안화 사용이 늘어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탈북자 권효진 씨는 요즘은 북한 장마당에서 물건을 사려고 해도 위안화가 필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효진 탈북자] “시장에 나가서 물건을 사려고 하면, 북한에서는 그렇게 표현합니다. 민폐, 그러니까 위안화가 없냐, 민폐가 없냐…그리고 인민비 인민비 하는데…비달라…”

`로이터 통신'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외화 사용을 막기 위해 간간히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해 9월 외화 유통을 최고 사형선고가 가능한 범죄로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가 지난 2년 간 탈북한 90여 명을 면담한 결과, 외화를 사용하거나 소지한 혐의로 처벌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신은 북한에서 외화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경제에 대한 장악력을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외화 사용이 갈수록 늘면서 북한 당국이 경제정책을 이행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