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북한, 올 하반기 식량수급 문제 없어'

지난해 9월 북한 개성 인근 농부들이 옥수수 걷이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올 하반기에 최소 소요량 기준으로 식량 수급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취약계층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하반기 북한의 식량 사정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서울의 북한농업 전문가인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지난 6월까지 북한이 구매한 식량이 46만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여기에 인도적 차원의 지원 물량이 더해지면 올해 북한의 식량부족량인 50만7천t을 모두 충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 연구위원은 1일 `VOA' 와의 전화통화에서, 하반기 북한의 식량 수급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녹취: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작년 작황이 재작년보다 8-9% 좋아졌어요. 작황이 좋아진데다 상업적인 수입도 재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 특별히 북한의 식량이 부족하다는 징후를 발견할 수 없어요”

김 연구위원은 올해 봄 작물의 작황도 전년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해외 도입량도 예상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 시장의 식량 가격에도 이런 상황이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쌀 가격을 예로 들면 평양이나 신의주, 혜산의 시장가격이 지난 해에 비해 크게 오른 상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김 연구위원은 또 북한의 식량 가격이 최근 3년간 크게 오른 것은 북한의 원화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했기 때문일 뿐, 식량이 부족해서 생긴 현상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시장의 곡물 수급상황 변화는 원화로 표시된 가격이 아니라 달러화로 환산한 실질가격으로 평가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오히려 지난 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쌀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해 지난 해 수준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내 취약계층들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말했습니다.

중앙배급이 점차 줄어들어 시장에서 더 많은 식량을 구해야 되는 상황인데, 취약계층은 시장에서 식량을 구입할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녹취: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소득수준이 낮거나 시장에서 식량을 구입할 수 없는 취약계층들은 옛날에 비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더 문제가 되는 거죠.”

김 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식량 분배에서 계층간 불균형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