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한국행 비용 최고 1만 달러까지 올라"

지난 5월 중국 접경도시 장백에서 압록강 너머로 바라본 북한 혜산. 소식통에 따르면 탈북을 막기 위한 북한 당국의 단속이 부쩍 늘었다.

북한 주민들의 한국행 탈북 경비가 미화 1만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강 지역은 량강도 혜산 인근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북한 당국이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급속도로 얼어붙은 북-중 국경지역의 탈북 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북 소식통들과 탈북자 지원단체들은 ‘VOA’에, 북한 당국의 단속과 경비가 계속 강화되면서 최근 탈북 중개비가 1만 달러를 웃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중 국경지역을 자주 방문하는 한국 내 탈북자 김모 씨의 말입니다.

[녹취: 김모 씨] “진짜 3분의 1로 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말 힘든 상황입니다. 그렇게 단속이 심해질수록 브로커들이 탈북 비용을 높이니까 요즘 1천만원, 1천1백만원까지 올랐습니다. 여기 있는 가족들도 그만한 돈을 투자해서 데려오기 힘든 조건에 빠진 거죠.”

김 씨는 최근 평양 이남지역에서 한 북한 주민을 한국까지 데려오는데 미화 1만2천 달러가 들어갔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한국에 사는 탈북자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런 금액입니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해 3월 기준으로 한국 내 근로자 월 평균임금은 211만원, 미화로 1천940 달러, 비정규직은 143만원, 미화 1천300 달러입니다.

한국 내 탈북자들이 대개 비정규직 근로자임을 감안하면 거의 7-8개월의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북한의 가족 1 명을 데려올 수 있는 금액입니다.

중개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지원단체들을 통한 탈출 비용도 크게 올랐습니다.

한국의 대북 지원단체인 두리하나선교회 대표 천기원 목사는 경비가 최근 두 세 배까지 치솟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천기원 목사] “(과거에는) 한국 돈으로 100만원, 150만원이면 충분했는데 지금은 중국 내에서 이동이 어려우니까, 예를 들면 연길에서 남쪽 국경까지 이동하려면 국내 비용이 최소 2백만원이 듭니다. 그리고 국경을 넘는데 최소 150에서 200 만원이 들지요. 제일 싸게 와야 3백50에서 4백만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최저가고, 만약 개인이 브로커에게 맡기면 한 사람당 1천만원은 분명히 넘겠죠. 한국에 와서 갚아야 할 돈이”

천 목사는 중국 공안당국이 대중교통은 물론 상가에서 조차 신분증을 수시로 검사하기 때문에 뇌물없이 이동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안요원에게 뇌물을 바쳐야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등 자유세계에 사는 탈북자들은 대부분 북한의 가족을 데려올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 중서부에 사는 탈북 난민 최모 씨는 최근 함경도에 사는 어머니를 탈출시키려다 포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개인이 청진에서 중국 연길까지 이동하는데만 미화 8천 달러를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통일부가 발표한 탈북자 입국 추세는 이런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최대 2천929 명에 달했던 탈북자 입국 규모는 지난 해 1천 502 명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올해 역시 8월 말 현재 입국자가 잠정적으로 952 명에 달해 연말까지 더해도 10년 전 수준인 1천2백여 명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대북 소식통들은 과거 다양했던 탈북 경로도 크게 좁아져 최근에는 혜산-장백 경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계산툰의 한 소식통은 10일 ‘VOA’에 회령이나 무산, 중국의 승선과 로과 등 과거 인기가 높던 탈북 통로는 거의 막혔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측이 거의 2미터 이상 높이로 이중 철조망을 세우고 감시 카메라를 곳곳에 설치했는가 하면 북한 역시 경비를 강화해 주민 스스로 탈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최근 북-중 국경지역을 다녀온 탈북자 김모 씨도 혜산이 가장 인기가 높은 탈북 경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모 씨] “혜산이 제일 넘기가 많이 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령 같으면 정말 손도 못대고. 장백 지역이 연선이 길어가지고 무인 지역,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 많아요. 그래서 돈을 주고 넘는 사람이 많고 브로커들도 그 곳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식통들은 북한 당국이 혜산 지역에 대한 단속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의 독립언론사인 ‘아시아프레스’는 10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평양의 인민보안부 고위 간부가 지난 달 22일 혜산을 방문해 보안원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하달했다고 전했습니다.

보안원들이 생활고 때문에 뇌물을 받고 불법활동에 관여하고 있다고 판단해 이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한편 인력을 대폭 증대하고 감시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는 겁니다.

그러나 미국에 거주하는 혜산 출신 탈북 난민 유모 씨는 10일 ‘VOA’ 에, 당국이 아무리 단속을 강화하고 보안원들의 월급을 올려줘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유모 씨] “브로커들이 도와준다는 게 뭐냐 하면 북한 정부가 아무리 많이 준다 해도 하루저녁 그 사람들을 보내고 받는 돈보다 북한 당국이 주는 월급이 훨씬 적으니까. 사람이 그런 거에 대한 욕심이 있잖아요. 사람의 삶을 위한 투쟁은 막지 못하잖아요. 아무리 총칼을 대도. 그러니까 서로 살기 위해 하고 보내고 다 하는 거에요.”

대북 소식통들은 이런 배경 때문에 감시카메라가 적고 강폭도 좁은 혜산-장백 경로가 앞으로도 탈북경로로 많이 이용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