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인권조사위, 태국 납북여성 가족 면담

지난 2005년 11일 태국 네이션지에 실린 납북여성 아노차 판조이의 사진. 태국에 거주할 때 친구들과 찍은 것으로 서 있는 여성이 아노차 판조이.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태국 방콕을 방문해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태국인 가족을 면담했습니다. 가족들은 유엔 조사에 큰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내 반인도적 범죄 여부를 조사 중인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전문가들이 19일 태국에서 납북자 관련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날 지난 1978년 마카오에서 실종된 아노차 판조이 씨의 가족을 면담했습니다.

판조이 씨는 당시 마카오의 한 호텔에서 마사지사로 일하던 중 실종됐습니다.

판조이 씨 실종 사건은 그가 사라진 지 27년 뒤인 2005년, 전직 주한미군 출신으로 월북했었던 찰스 젠킨스 씨의 수기가 일본에서 출판되면서 새삼 주목을 받았습니다.

젠킨스 씨는 북한에서 일본인 납북 피해 여성인 소가 히토미 씨와 결혼한 뒤 2002년 북-일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2004년 부인과 함께 일본에 정착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5년 북한에서의 삶을 담은 수기 ‘고백’을 출간했습니다.

젠킨스 씨는 수기에서 아노차 판조이 씨와 북한에서 절친하게 지냈다며, 판조이 씨가 북한의 첩보요원들에게 태국어를 가르쳤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판조이 씨가 자신에게 마카오에서 중국계 여성 2 명과 함께 북한 요원들에 의해 납치됐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젠킨스 씨는 특히 평양에서 이웃에 살았던 다른 월북 미군 3 명의 부인들 역시 루마니아와 레바논, 일본에서 납치된 여인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전문가들을 만난 판조이 씨의 가족들은 면담에 무척 고무됐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전문가들이 판조이 씨가 북한에 납치됐다는 증거가 매우 강력해 내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보고서에 이를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판조이 씨의 조카인 반종 판조이 씨는 ‘VOA’에, 가족들이 이번 유엔 조사를 통해 아노차 판조이 씨를 다시 만나게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판조이 씨의 가족들은 젠킨스 씨의 수기가 출간된 뒤 일본인 납북자 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구명운동을 벌여 왔고, 지난 2010년에는 서울에서 열린 납북자 국제회의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에 판조이 씨 석방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고 태국 정부는 북한과의 고위급 회담에서 사실 규명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판조이란 여성은 북한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며 납치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조카인 반종 판조이 씨는 이에 대해 태국 정부의 석방 노력이 미흡하다고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태국 정부가 판조이 씨 구명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뿐아니라 납치 사실을 믿는 것 같지 않다는 겁니다.

태국 정부 관리는 이에 대해 ‘VOA’에 판조이 씨의 문제는 ‘납치’가 아닌 ‘실종’ 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젠킨스 씨의 증언과 그가 제시한 북한에서 찍었다는 희미한 사진 외에 다른 증거들이 없어 아직 ‘납치’로 보기 힘들다는 겁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젠킨스 씨가 1984년 북한에서 촬영한 가족사진 뒤에 나오는 여성이 아노차 판조이 씨가 맞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살아 있으면 현재 59 살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부의 납치 문제는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규명 중인 9 가지 반인도적 범죄 혐의의 유형 가운데 하나입니다.

조사위원회는 이미 지난 달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납치 문제에 대해 조사를 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는 지난 2011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 정부가 6.25전쟁을 포함해 지난 60년 간 한국과 일본 등 전세계 14개 나라에서 18만 명을 납치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