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자, 핵·미사일 실험 유예 용의 밝혀"

지난 1일 런던에서 열린 북·미간 민관세미나에 참석한 북한의 리용호 외무성 부상(오른쪽)이 미국 측 참석자인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과 첫날 회의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유예할 뜻을 미국 측에 밝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대화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김연호 기자입니다.

북한이 지난달 말 독일 베를린에서 미국 인사들과 가진 비공식 회의에서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유예할 뜻을 밝혔습니다.

베를린 회의에서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을 만난 조엘 위트 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이 9일 한국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했습니다.

위트 전 북한담당관은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 유예가 대화의 전제조건은 아니고 대화를 시작하는 초기에 이뤄질 수 있는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북한이 유예 조치를 취할 뜻은 없다는 겁니다.

북한은 미사일 실험을 유예해도 인공위성 발사는 계속하겠다는 입장도 미국 측에 거듭 확인했습니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을 인공위성 발사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장거리 미사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위트 전 담당관은 유예 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추가 조치들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며 비공식 뉴욕 채널이나 중국을 통해서가 아니라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대화 초기에 대량살상무기 계획과 관련한 신뢰구축 단계를 밟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위트 전 담당관은 북한이 현재 비핵화로 종결되는 다단계 과정을 구상하고 있다며 정치, 경제, 군사 분야에서 논의된 조치들을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우라늄 농축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이 협상 의제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게 위트 전 담당관의 설명입니다.

앞서 위트 전 담당관은 지난 8월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 안명훈 외무성 미국 부국장과 만났습니다. 이어서 지난달 말에도 북한 외무성의 리영호 부상과 최선희 미국 부국장, 장일훈 유엔대표부 차석대사, 그리고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가 참석하는 비공식 회의에도 참석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