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웅 위원 "남북 태권도 협력 합의문 마련 중"

지난 1월 북한 평양시 창춘거리에 있는 태권도전당에서 선수들이 태권도 품세 시범을 보이고 있다.

남북한 태권도 당국이 상호 협력과 친선을 강화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측이 공동으로 시범단을 구성하는 방안도 들어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 (ITF)과 한국 주도의 세계태권도연맹 (WTF)이 상호 인정과 협력을 약속하는 합의문을 채택할 계획이라고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밝혔습니다.

[녹취: 장웅 위원] “태권도의 뿌리가 하나라는 데 기초해서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고 전세계에서의 전반적인 태권도 발전 도모를 위해서 함께 노력한다, 이런 식입니다.”

ITF 총재를 겸하고 있는 장 위원은 4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합의문 채택은 ITF 소속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하는 양해각서 체결의 전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합의문엔 ITF와 WTF가 이런 목적을 위해 IOC와 긴밀히 협조할 것을 다짐하는 문구가 담겼다는 겁니다.

두 태권도 연맹이 남북한 선수들을 포함하는 공동 시범단을 구성한다는 계획도 들어 있습니다.

[녹취: 장웅 위원] “이거 단일민족 시범단 하지 말고, 두 연맹이 각기 다국적 시범단 묶어가지고 전세계 투어를 한다, 물론 우리 북과 남 다 포함해서 전세계 투어를 해서 태권도를 전세계적으로 홍보한다는 거”

합의문에는 WTF와 ITF가 각자 주관하는 대회에 양측 선수를 출전시키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이렇게 되면 당장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에 ITF를 수련하는 북한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같은 해 평양에서 개최되는 제19차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에는 한국 선수들도 참가할 수 있습니다.

장 위원은 현재 조정원 WTF 총재와 최종 문안을 조율 중이라며, 합의문을 바탕으로 조만간 양해각서를 체결해 IOC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논의 사안들은 ITF 내부에선 이미 집행위원회와 총회 승인 등 의견 조율이 끝난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장웅 위원] “그거 다 받은 상태죠. 그건 우리 쪽에선 괜찮은데 세계연맹 쪽에선 모르겠습니다. 우리 쪽에선 제가 전권을 이어받았으니까. 총재 재량대로 하시오.”

장 위원에 따르면 양해각서 체결 일정은 원래 계획보다 다소 늦어졌습니다.

두 태권도연맹 총재는 당초 지난 달 1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나 합의서에 서명하고, 다음 날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로 이동해 21일부터 24일 사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문건을 제출한 뒤 이를 협의할 예정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사정이 생겨 서로 만나지 못하면서 4일로 예정됐던 양해각서 체결 역시 미뤄지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장 위원은 북한 선수를 비롯한 ITF 소속 태권도 선수의 올림픽 출전 문제에 대해 IOC 위원장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양해각서 체결에도 적극 협조할 뜻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장웅 위원] “IOC에서 걱정말아라, IOC 본부에서 행사장도 내주고, 그리고 IOC 위원장 내가 직접 참가해서 서명하는 행사를 직접 눈으로 볼 테니까 직접 내가 참가하겠다, 이렇게 됐습니다.”

장 위원과 조 총재는 앞서 지난 3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만나 이 문제와 관련해 구두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장 위원은 교섭 상대의 호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WTF 측과의 의견 조율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녹취: 장웅 위원] “난 조정원 총재한테 웬만하면, 우리 평양 말투로 웬만하면 넘어가자, 가시가 목에 딱 걸리지 않으면 꿀떡 넘기자, 나도 넘길 테니까 너도 넘겨라, 하는 입장입니다. 그렇게 안 해 가지고는, 이거 여러 사람이 개입돼 가지고 갑론을박 하면 이거 또 힘들어집니다.”

게다가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에도 구체적인 경기 방식과 규칙을 IOC 측과 직접 논의해 조정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도 남아 있습니다.

현재 IOC는 세계태권도연맹 (WTF)만을 인정하고 있고, 국제태권도연맹 (ITF) 소속인 북한은 올림픽 태권도 종목에 출전할 수 없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