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 아우슈비츠 방문...탈북자들, 북한 수용소 해체 촉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이 폴란드에서 운용했던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를 방문했다. 사진=유엔 제공.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나치 정권이 유대인을 학살한 강제수용소를 방문했습니다. 탈북자들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가 독일의 강제수용소와 매우 흡사하다며, 반기문 총장과 유엔이 수용소 해체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굳게 닫혀진 두 겹의 철조망 담장 너머로 ‘노동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란 문구가 수용소 입구에 써 있습니다.

바둑판처럼 정렬된 유대인 집단거주지와 처형장, 유골 항아리는 70여 년 전의 악몽이 다시는 지구상에서 재현돼서는 안 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 정권이 폴란드에서 운용했던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를 방문했습니다.

반 총장은 홀로코스트, 즉 유대인 대학살 사건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며, 하지만 국제사회는 홀로코스트 이후에도 학살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반기문 총장] “Since this Holocaust, I think international community has not been able to prevent…”

반 총장은 이런 이유 때문에 자신이 직접 대학살 방지담당 특별보좌관직을 신설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에 의해 희생된 유대인 6백만 명 가운데 적어도 110만 명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처형되거나 영양실조와 강제노동 등으로 숨졌습니다.

국제 인권단체들과 북한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은 나치의 강제수용소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와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합니다.

북한 14호 개천관리소에서 태어나 자란 뒤 탈북한 신동혁 씨입니다.

[녹취: 신동혁] “ 2008년에 처음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가서 수용소의 유물이라든지 기록물들을 봤는데 거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영상을 보면서 북한에 내가 살던 수용소가 떠올랐습니다. 피부색은 달라도 그 영상을 보면서 북한의 수용소 모습이 떠 올랐습니다. 뭐 하나 집어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같았습니다.”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와 아우슈비츠 수용소 사진은 이런 증언들이 사실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 겹의 철조망에 둘러싸인 집단 거주시설, 일정한 간격의 경비초소, 강제노동 시설이 70년 세월의 격차를 무색하게 합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마이클 커비 조사위원장은 유엔 보고를 통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이뤄지는 인권 유린의 심각성에 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커비 위원장] “The prison camps are extremely cruel…

수용소는 극도로 잔인하며 강제노동과 처형, 고문, 구타 등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과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 등 국제 인권단체들은 민간 위성업체의 지원을 받아 지난 2년 동안 북한의 수용소들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커비 위원장은 특히 최근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유일한 수용소인 16호 명간 (화성) 관리소를 촬영한 위성사진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유엔과 인권단체들은 개천과 요덕, 명간, 청진(수성) 등 북한 내 적어도 4개 이상의 수용소에 12만 명에서 20만 명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인권단체들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방문을 반기면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해체를 위해 반 총장과 유엔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카터 행정부 시절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버타 코헨 객원 선임연구원은 유엔의 인도주의 기구들이 정치범 수용소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연구원] “UN humanitarian agencies, for example, which emphasis the importance of reaching…”

유엔의 인도주의 기구들은 북한 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며 인권 상황에 눈을 감고 있지만, 북한 최악의 취약계층은 정치범 수용소에 있다는 겁니다.

코헨 연구원은 유엔 인도주의 기구들이 정치범 수용소에 접근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특히 북한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없는 수용소 내 어린이들을 시급히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법 변호사인 제라드 겐서 ‘프리덤 나우’ 회장은 ‘VOA’에, 반기문 사무총장이 대북 특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겐서 변호사] “They should request that secretary general Ban Ki-moon appoint special envoy…”

반기문 총장이 과거 버마처럼 인도주의와 인권 등 대북 문제를 총괄하는 특사를 임명해 수용소 해체와 수감자 석방을 위해 설득과 압박을 병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겐서 회장은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도 내년 3월에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최종 보고서에 이런 권고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