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중국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동북아 안보질서] 3. 한국의 대응

한국 해군 이지스함인 율곡이이함이 지난 2일 오전 한국의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있는 이어도 해역에서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중국이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면서 동북아시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미국도 중국의 현상변경 움직임을 묵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저희 `VOA'는 세 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마지막 순서로 한국의 대응과 구상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설정 선포는 한국 내에서도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방공식별구역 안에 한국이 관할하고 있는 이어도는 물론 제주 남방의 마라도와 홍도까지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는 6일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어도를 포함한 한국 방공식별구역 확대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방공식별구역 확대안을 최종 확정한 뒤 주변국과의 협의를 거쳐 오는 8일쯤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지난 5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어도는 한국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관진 한국 국방장관]“이어도는 우리가 관할하고 있는 수역이고 우리의 해양과학기지가 위치해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당연히 방공식별구역은 이어도가 포함돼야 한다 하는 생각입니다.”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에 앞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일방적 선포 문제에 따른 한국 방공식별구역 확대 등 동북아 지역 정세와 북 핵 문제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박 대통령이 방공식별구역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으며 바이든 부통령은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양국은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입니다.

[녹취: 조태영 한국 외교부 대변인]“양국 간 주요 현안들 및 주요 관심 사안들, 그리고 북한 관련 사안, 주요한 국제 문제 등이 포괄적으로 협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공식별구역 관련해서는 면담이 이루어진 후에 적절한 설명이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는 한국 방공식별구역의 남쪽을 비행정보구역까지 확대하기로 잠정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가 정하는 비행정보구역은 국제법상 각국의 준수 의무가 강제되는 공역이기 때문에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을 설득하는 데 용이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한국 비행정보구역의 최남단은 이어도 남쪽 100㎞ 상공까지 내려가 있으며 마라도와 홍도 영공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방공식별구역을 비행정보구역까지 확대하면 한국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중첩 규모가 훨씬 커질 전망입니다.

특히 이어도 상공의 경우에는 한-중-일 3국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한국 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로 한-중-일 간의 긴장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바이든 부통령이 한-중-일 순방의 목표를 ‘위기 관리’로 잡고 긴장 완화를 시도하고 있는데다 중국 역시 한-중 간의 문제에 있어 대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입니다.

[녹취: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한국이 이번에 확대한다고 해서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 사안은 아닐 거 같아요.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과 일본이 큰 타겟인데, 갑자기 한국이 튀어나온다는 데에 대해서는 그렇게 아주 센서티브하게 굴지도 않을 것 같고. 미국, 일본 입장에서도 오히려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 한-미-일 삼각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로 또 삼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 선포는 한-중 간의 문제가 아닌, 중국과 일본, 더 크게 나아가 미국과 일본 대 중국의 문제라고 평가했습니다.

중국 방공식별구역 문제가 지난 10월3일 미국과 일본의 2+2, 외교-국방 장관 회담 당시 미국이 중-일 간 영토 문제와 집단자위권 문제 등에 있어 일본 편을 들면서 중국을 자극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는 겁니다.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김준형 교수입니다.

[녹취: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이게 사실은 중-일 관계이고요. 그 다음에 이게 미-중 간의 일종의 기싸움이거든요. 10월 미-일 간 회담을 중국은 자국을 봉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죠. 그러니까 여기에서 중국은 우리는 묶이지 않겠다고 하고 지금 동중국해를 포함시킨 방공식별구역을 내세운 겁니다. 막으려는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 우리는 막힐 수 없다는 의사표시 거든요. 대응적 성격입니다.”

이렇듯 중국 방공식별구역 설정 문제는 한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동북아 지역의 큰 패권 다툼 양상으로 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창형 국방연구원 박사는 중국 방공식별구역 문제는 중국이 일본에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이제 본격적인 동북아 지역의 ‘기싸움’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이창형 국방연구원 박사] “중국이 지금까지는 센카쿠에 들어가려면 일본 눈치를 봤어요. 이젠 대놓고 자기 구역으로 선포했기에 눈치 안보고 가겠다는 것이죠. 가까이 있는 일본하고 승부수를 띄운 것입니다. 파급이 크죠. 그 다음엔 남쪽 남중국해를 선포할 겁니다. 결국은 서태평양 주도권, 공중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 동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먼저 쥐고 지역적, 일본을 극복하고 그 다음은 세계로 나가기 위한 것. 일본 뒤엔 미국이 있단 말이지. 그런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작은 이슈지만 상당히 의미가 있는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가장 많은 실리를 취할 수 있는 나라는 일본이라는 견해도 나왔습니다.

한동대 김준형 교수입니다.

[녹취: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중국이 강경해질수록 일본은 아베 정권의 우경화나 대군비 강화 같은 것들이, ‘봐라, 중국이 얼마나 위험하냐’ 라는 이야기로 정당화될 가능성이 많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할수록 미국이 일본 편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부분 때문에 여기서 가장 강렬하게 나가고, 가장 효과를 보는 것이 일본입니다.”

복잡해진 동북아 지역의 방공식별구역 문제는 저강도 분쟁 형태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한국 방공식별구역 확대안 발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안을 감안해 한국 정부가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양욱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조금 더 냉정하고, 서로 한 발씩 양보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방공식별구역 최종 확대안 선포 이후 주변국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