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성택 숙청…"당·정·군 대대적 물갈이 불가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8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는 9일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반당·반혁명 종파주의 혐의로 확대회의 현장에서 끌려나가는 장면을 보도했다.

북한에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숙청되면서 그의 추종세력을 뿌리 뽑기 위한 대대적인 색출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정은 유일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인적 물갈이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장성택 부위원장을 반당 반혁명 종파분자로 낙인을 찍고 모든 직위에서 해임한 것은 사실상 숙청을 의미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범죄 주체를 ‘장성택 일당’이라고 지목한 것은 대대적인 후속 숙청 작업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정치국 확대회의 결정서에 반당 반혁명 종파분자로서 장성택 일당이라고 표현한 것은 앞으로 당.정.군과 지방까지 장성택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잔여세력에 대한 숙청 작업을 추가적으로 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장 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40년 가까이 권력의 핵심에 있었기 때문에 장 부위원장과 연결된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장 부위원장 세력이 제거된 뒤 생긴 공백을 신진 관료그룹들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젊은 엘리트 관료들로 공백을 채우면서 김정은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태가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녹취: 김용현 동국대 교수] “주요 신진 관료들이 부상하면서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는 그런 차원에서 김정은 유일지도체제가 관철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겠습니다.”

장 부위원장과 함께 김정은 체제를 떠받친 인사로 평가됐던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의 약진 여부도 주목됩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군부를 책임지고 있는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장 부위원장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박사는 올 들어 김 제1위원장을 가장 많이 수행한 인물이 최 총정치국장이라며 그만큼 최 총정치국장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 현상으로 풀이했습니다.

정 박사는 이와 함께 장 부위원장 숙청의 후유증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이 당분간 대내외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세종연구소 박사] “그의 숙청으로 북한의 대내외 정책이 급변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당 반혁명 종파 행위에 대한 투쟁으로 북한 내부 분위기가 경직되면서 북한이 일시적으로 대내외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장 부위원장이 부장으로 겸직했던 당 행정부의 기능을 조직지도부로 통합하면서 당 인사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주민통제를 위한 국가안전보위부의 공안통치도 한층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