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처형 판결문, 북한 경제 실패 드러내'

북한 조선중앙TV 아나운서가 지난 13일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사형 판결문을 낭독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13일 관영매체들을 통해 공개한 장성택의 처형 죄목들과 사유는 북한 당국이 강조했던 여러 정책들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장성택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녹취: 조선중앙통신 판결문 낭독]”박남기 놈을 부추겨 수 천억원의 우리 돈을… 자본주의 날라리풍이 우리 내부에 들어오도록… 평양시 건설을 고의적으로 방해하였다.”

북한 관영매체들이 보도한 장성택의 죄목에는 그간 북한이 추진했던 화폐개혁과 수도건설 사업, 지하자원 개발사업과 외자 유치 등 대형 경제정책들이 다 거론돼 있습니다.

경제적 위기에 따른 사회주의체제 전복 음모까지 등장했습니다.

북한이 그 동안 주장해온 강성대국과는 전혀 다른 현재의 어려운 현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도 지금의 경제 실패 상황에 대해 숨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수석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정은 정권 들어와서 경제도 살아나지 않고 진퇴양난에 빠져 있어요. 자신들이 잘못한 것들을 장성택한테 넘김으로써 김정은은 여전히 국가를 운영할만한 리더십이 있고 북한 주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여전히 자애로운 지도자다, 이런 것들을 강조하기 위해서 일종의 속죄양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 지도부는 장성택이 나라의 경제 실태와 인민생활이 파국으로 번지는 데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다, 인민들과 군인들의 생활이 더 악화되면 군대도 정변에 동조할 수 있지 않겠는가 등의 발언을 했다며 국가전복 음모를 시도한 죄를 씌웠습니다.

이를 해석하면 현재 북한경제가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악화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의 대책은 미흡하고 주민들의 불만은 쌓이고 있다는 겁니다.

또 장성택의 죄목에 엄청난 액수의 돈을 남발해 경제적 혼란이 일어나게 했다는 점을 포함시켜 2009년 실시된 화폐개혁이 실패했음을 인정했습니다.

평양주택 10만 호 건설 사업과 관련해서도 수도건설사업 체계를 헝클어 놓아 평양시 건설을 고의적으로 방해했다고 밝혔습니다.

석탄을 비롯한 귀중한 지하지원을 망탕 팔아먹었다는 대목은 북한의 심각한 자원 유출을 보여줍니다.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염돈재 교수입니다.

[녹취: 염돈재/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장성택을 처형했다는 데 대한 그 죄목을 상세하게 밝혀서 사람들이 다 ‘아 그렇겠구나’ 생각을 해야 하고 두 번째는 지금까지 경제 실정의 책임을 누구한테 씌워야지 김정은이가 편해지잖아요. 다 장성택이한테 씌우는 거죠.”

염 교수는 판결문에서 장성택 숙청의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한 북한 정권의 다급함이 느껴진다며 이런 다급함이 치부를 드러내는 불합리한 결정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