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 2013 북한] 1. 김정은 집권 2년, 정권 안정 미지수

  • 최원기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오른쪽)과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지난 7월 평양에서 한국전 정전 60주년 기념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2년차인 올해 대내외 정책 방향과 관련해 국제사회에 크게 엇갈리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이 때문에 예측불가능한 북한 내부정세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은데요, `VOA’는 2013년을 마무리하면서 오늘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2013년 북한'을 살펴 보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김정은 체제 안정 여부에 대한 외부의 시각을 전해 드립니다.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녹취:조선중앙방송]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태양상을 모신 선두차가 금수산기념궁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2011년 12월 28일, 평양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이 날 눈을 맞으며 8 명의 북한 실력자들이 김정일 위원장의 영구차를 뒤따랐습니다.

영구차 오른편에는 ‘28살의 불안한 지도자’ 김정은 제1위원장을 선두로, 그의 고모부 장성택과 김기남 당 비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줄지어 따랐습니다.

영구차 왼편으로는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 군부 실세들이 뒤따랐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김정일 위원장의 영구차를 뒤따르던 실력자들 대부분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친정체제 구축을 위해 군부와 당의 실력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단행한 결과입니다.

우선 군부 장악에 나선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해 7월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군부의 실세인 리영호 총참모장을 당,정,군의 모든 직위에서 해임했습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 “자신의 통치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 우선 군부를 약화시켜야 했는데, 리영호 숙청은 군부 장악의 신호였죠.”

이어 김정은 제1위원장은 군 수뇌부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실시했습니다. 군부 최고위직인 인민무력부장은 지난 2년간 김영춘에서 김정각으로, 다시 김격식에서 장정남으로 네 차례나 바뀌었습니다. 또 인민군 작전국장이었던 리영길을 참모장으로 임명했으며 군단장 9 명 중 6 명을 교체했습니다.

이어 김정은 제1위원장은 혁명 3세대에 속하는 젊은 장성들을 대거 승진시켰습니다.

예를 들어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오일정은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상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또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최룡해도 지난 2010년 대장이 된 지 2년도 안 돼 차수로 승진했습니다.

이 와중에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이 공식석상에서 사라졌으며, 김정각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역시 자취를 감췄습니다.

군 수뇌부를 장악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10월부터 1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대규모 군사 정치조직 행사를 열었습니다.

평양에서는 10월에 ‘인민군 제4차 중대장, 중대 정치지도원 대회’에 이어 11월에는 ‘제4차 적공일꾼열성자회의’와 ‘제2차 보위일꾼 대회’가 열렸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의 지도 밑에 인민군 보위일꾼대회가 진행됐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정영태 박사는 북한 당국이 잇따라 이런 행사를 여는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군부 장악을 마쳤다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영태 박사] “북한 군부는 정치조직과 참모조직으로 된 이원적 조직인데, 정치적 통제를 본격화 하기 위해 다양한 정치행사를 통해 명실상부한 실질적인 군부 장악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또 선군정치에 밀렸던 노동당의 위상도 강화했습니다.

지난 해 4월 당 출신인 최룡해를 군부 서열 1위인 군 총정치국장에 임명해 군부를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인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전현준 원장입니다.


[녹취: 전현준 박사] “김정은이 2010년 9월에 등장하면서 당 대표자회를 통해 등장했기 때문에 그 때부터 선군정치보다 선당정치, 지나치게 비대한 군을 약화시키고 당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어 김정은 제1위원장은 12월 12일 자신의 고모부이자 노동당에 20년 넘게 몸담아온 장성택을 ‘국가전복 음모’ 혐의로 사형에 처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안전보위부 특별재판소는 피소자 장성택이 적들과 사상적으로 뒤집을 목적으로 감행한 국가전복 음모 행위가 공화국 형법 60조에 해당하는 범죄를 구성한다는 것을 확증했으며 공화국 형법 60조에 따라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하였다. 판결은 즉시 집행되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또 공포정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해 17 명을 처형한 데 이어 올해는 40 명을 공개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은 지난 2년간 당 부장급 이상과 군 장성 등 주요 간부 218 명 중 44%에 달하는 97 명을 교체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숙청과 간부 교체 이후의 북한정치 상황과 관련해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연구원은 장성택 숙청이 북한 내부의 불안정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이클 그린 연구원] “This does not look like the sign of a confident Kim Jong Un."

“장성택 숙청은 김정은이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신호로 보이지 않으며, 중국을 고려하는 것 같지도 않다는 겁니다."

반면 강인덕 전 장관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권력이 공고화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강인덕]“이제부터는 김정은의 북한이 된 겁니다. 이번에도 ‘위대한 영도자’라는 말이 나왔다는데, 아버지한테 썼던 이름이 김정은에게 왔다는 것은 김정은 시대가 열렸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체제 내부의 모순과 도전 또한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민의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식량난과 빈부 격차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와 외교적 고립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VOA가 연말을 맞아 준비한 기획보도, 내일은 두 번째 순서로 핵 개발과 경제발전 병진노선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