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 2013 북한] 6. 나아지는 식량 사정

지난해 9월 북한 개성 인근 농장에서 수확한 옥수수를 널어놓았다. (자료사진)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2년차인 올해 대내외 정책 방향과 관련해 국제사회에 크게 엇갈리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이 때문에 예측불가능한 북한 내부정세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은데요, VOA는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2013년 북한'을 살펴 보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여섯 번째 마지막 순서로 북한의 식량 사정에 대해 알아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전역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9월 한 달간 가을걷이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 입니다.

[녹취: 9월 3일 조선중앙방송] “가을걷이와 낟알털기를 제철에 와닥닥 끝내기 위한 사회주의 경쟁을 전국에 호소하는 숙천군 농업근로자들의 궐기모임이 열두삼천 농장에서 진행됐습니다.”

올해는 가을걷이 전투에 동원된 북한 주민들에게 특별히 보람찬 해였습니다. 수확량이 3년째 늘었기 때문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는 올해 북한 전역에서 추수된 농작물이 도정하기 전을 기준으로 5백98만 t으로, 지난 해에 비해 5%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도정한 알곡 기준으로는 5백3만 t입니다. 2012년에는 전년보다 6%, 2011년에는 8.5% 늘었습니다.

식량농업기구의 키산 군잘 박사는 `VOA'에, 지난 3년간 북한의 수확량이 계속 늘어난 것은 주로 날씨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키산 군잘 박사] “There’s been improvement in weather if you look at 3 year period…”

군잘 박사는 "지난 3년간 날씨가 좋았고 자연재해도 줄었다”며 “특히 2013년에는 심각한 홍수나 가뭄 피해가 없었고, 2012년에는 날씨가 건조하긴 했지만 대규모 노동력 동원으로 극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북한의 수확량이 계속 늘어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자연재해에 대한 내성을 키우지 않으면, 언제라도 수확량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 산하 농촌경제연구원의 북한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부원장은 날씨 외에 북한 당국의 정책 변화도 수확량 증가에 기여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부원장]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에 적어도 민생 문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거 같고, 그 중에서도 먹는 문제, 식량 문제에 대해서는 꽤 신경을 썼던 거 같아요. 북한이 지금 외환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농업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비료를 수입한다든지 또 필요한 농자재 공급을 증가시키려고 꽤 노력한 흔적이 있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집권 2년차를 맞은 올해 ‘먹는 문제’ 해결을 주요 정책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신년사에서도 농업을 경공업과 함께 경제 건설의 주력 분야로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제1위원장] “농업과 경공업은 여전히 올해 경제 건설의 주공전선입니다. 농사에 국가적인 힘을 집중하고 농업생산의 과학화, 집약화 수준을 높여 올해 알곡 생산 목표를 반드시 점령하며…”

이런 정책기조에 따라 북한은 지난 해부터 시범적으로 농업개혁을 실시했습니다. 협동농장에서 20 명 정도였던 분조의 규모를 가족단위로 3 명에서 5 명 정도로 줄였고, 분조가 수확량의 일정 부분을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성과급 제도는 아직 몇 개 협동농장에서만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부원장입니다.

[녹취: 권태진 부원장] “시범사업에 대한 성과는 당연히 좋을 거라 보고 있고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문제점이 무엇인지 앞으로 이게 정착이 될 수 있는 건지 실험을 하는 단계거든요. 그래서 이것은 아직은 농민들의 인센티브로 연결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탭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도 올해 일부 협동농장의 분조는 생산량을 초과 달성해 최대 3개월치 식량을 추가로 지급받아 1인당 65kg을 더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성과급 제도가 전국적으로 확대 도입되면 수확량을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북한의 농업정책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제도개혁을 해서 개인 및 가족 영농제를 늘이면 식량 생산은 늘어나기 마련이고 그 외에 비료나 농기계, 이런 간접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김정은 체제가 협동농장보다는 개인영농제 쪽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향후 식량 문제는 조금씩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3년째 수확량이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식량 상황도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 WFP의 디르크 슈테겐 북한사무소장은 `VOA'에 “여러 조사 결과 지난 몇 년간 주민들의 영양 상태가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슈테겐 소장] “Comparing various assessments focusing on nutrition we have seen improvements..”

슈테겐 소장은 특히 북한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세계식량계획이 올해 7월 북한 내 28개 시, 군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주민 93%가 1년 전보다 식량 사정이 나아졌다고 대답했습니다. 수확량이 늘면서 당국의 배급도 늘어났다는 겁니다.

조사 대상 성인들은 모두 하루 세 끼 식사를 했으며, 일부 임산부와 수유모는 네 끼를 먹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때와 달리 최근 북한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줄어든 배경으로 주민들의 자생력 확보를 꼽고 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자유북한방송' 기자 김은호 씨입니다.

[녹취: 김은호 기자] “그 때 (고난의 행군)는 갑자기 배급을 중단하고 시장에 적응이 안 된 주민들이 굶어 죽었지만 지금은 자체로 산에 올라가서 소토지라고 하는 개인 농사를 하고 있거든요. 시장 활성화도 주민들의 생활에 많이 도움이 되죠. 주민들은 시장을 통해 자생적으로 살아가고 있고, 북한 당국의 도움 없이도 살아가고 있는 거죠.”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의 분석도 김은호 기자와 맥을 같이 합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어느 정도 장마당 교환에 주민들이 적응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제 굶어 죽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고 대외적인 지원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지만 자체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시장을 통한 식량 문제 해결이 정착되지 않을까 봅니다.”

내년에 북한이 외부에서 충당해야 하는 곡물 양은 34만 t입니다. 이는 몇 년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지만, 당국이 식량을 구매하거나 국제사회의 원조로 채워야 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여성과 어린이 등 북한의 취약계층 160만여 명을 지원하고 있는 세계식량계획은 심각한 자금난으로 배급을 크게 줄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녹취: 슈테겐 소장] “Currently we are less than 10% funded and we urgently need donor contributions..”

세계식량계획의 디르크 슈테겐 북한사무소장은 지금까지 세계식량계획이 확보한 대북 지원사업 예산은 10%에 불과하다며, 현재 재고로는 내년 3월까지만 배급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내적으로 농업개혁을 추진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도발을 자제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