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2014 북한 체제 전망] 1. "김정은 정권 여전히 불안정"

  • 최원기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열린 '인민군 수산부문 열성자회의'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북한에 김정은 체제가 등장한 지 올해로 3년이 됐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그동안 군부와 당의 핵심 실세들을 제거하고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등 권력을 확고히 장악하기 위해 부심해 왔습니다. 저희 `VOA'는 오늘부터 네 차례에 걸쳐 ‘2014 북한 체제’를 전망해보는 특별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김정은 제1위원장의 권력기구 장악에 대해 알아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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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2014 북한 체제 전망] 1. "김정은 정권 여전히 불안정"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12년 4월15일 평양에서 열린 이른바 `태양절' 100주년 행사였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오늘 우리는 크나 큰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안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탄생 백돌을 경축하는 성대한 열병식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날 북한 주민들은 처음 듣는 김정은의 육성과 함께 그의 외모에 신기해 했습니다. 김정은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그대로 빼닮았기 때문입니다.

건장한 체격은 물론이고 인민복 차림에 양쪽을 짧게 자른 머리 모양이 젊은 시절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했습니다.

당시 평양을 방문했던 `VOA' 기자가 북한 주민과 나눈 대화입니다.

[녹취:VOA][녹취: 평양 시민 1] “위대한 수령님과 목소리가 비슷합니다.” [기자] “오늘 처음 들으신 거죠, 목소리는?” [녹취: 평양 시민 1] “예, 오늘 처음 들었습니다.” [ 기자] “연설할 줄 아셨습니까?” [평양 시민 2] “몰랐습니다. 우리 수령님께서 젊었을 때 그 음성 그대롭니다.”

탈북자 출신인 한국의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정은이 할아버지를 흉내내는 것은 그만큼 권위와 정당성이 없다는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김일성을 흉내내서 권위를 빌려오고,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김일성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또 아랫사람들에게는 어버이 수령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의도입니다.”

자신을 김일성-김정일을 잇는 이른바 ‘백두의 혈통’으로 포장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2년간 군부와 노동당 실력자들을 차례로 제거했습니다.

우선 2012년 7월, 군부의 실세인 리영호 총참모장을 당,정, 군의 모든 직위에서 해임했습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 “자신의 통치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 우선 군부를 약화시켜야 했는데,리영호 숙청은 군부 장악의 신호였죠.”

이어 인민군 수뇌부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했습니다. 특히 군부 최고위직인 인민무력부장은 지난 2년간 김영춘에서 김정각으로, 다시 김격식에서 장정남으로 4번이나 바뀌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어 혁명 3세대에 속하는 젊은 장성들을 대거 승진시켰습니다.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오일정을 상장으로 승진시킨 데 이어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최룡해도 차수로 승진시켰습니다.

또 인민군 작전국장이었던 리영길을 군 총참모장으로 임명했고, 군단장 9명 중 6 명을 교체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해 12월8일 자신의 고모부이자 노동당에 20년 넘게 몸 담아온 장성택을 ‘반혁명’ 혐의로 숙청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는 피소자 장성택이 적들과 사상적으로 동조하여 우리 공화국의 인민주권을 뒤집을 목적으로 감행한 국가전복음모행위가 공화국형법 제60조에 해당하는 범죄를 구성한다는것을 확증하였으며, 공화국형법 제60조에 따라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하였다. 판결은 즉시에 집행되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2년간 당 부장급 이상, 그리고 군 장성 등 주요 간부 218 명 중 44%에 달하는 97 명을 교체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또 공포정치를 강화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 당국이 2012년에 17 명을 공개 처형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40여 명을 처형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 장성택 친인척과 그와 관련된 당과 내각, 그리고 지방 간부들도 속속 숙청되고 있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안찬일 소장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숙청을 통해 권력을 장악했는지는 몰라도 체제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고 지적합니다.

[녹취: 안찬일] “사실 김정일 말기부터 체제 불안정이 시작된 상황에서 권력을 물려받았는데, 자신의 매니저라 할 수 있는 장성택까지 처형하고 너무 많은 사람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체제가 의도하는 것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초조한 상황입니다.”

특히 간부들의 ‘면종복배’가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김정은 체제가 제대로 굴러 가려면 당, 정, 군 간부들의 충성이 필수적인데 이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면종복배’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면종복배란 권력자 앞에서는 순종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딴 마음을 먹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강인덕 전 장관입니다.

[녹취:강인덕] “장성택이 숙청되는 장면을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TV로 보여줬는데, 이게 공포정치거든요. 특히 당 간부들은 공포심을 느끼고 면종복배 할 겁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집권 3년 차를 맞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외견상 핵심 권력기구들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장성택 처형은 여전히 체제가 불안정한 상황임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