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방송 "마식령 스키장은 유령 도시"

새해에 맞춰 개장한 북한 강원도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 리프트에서 내려다본 모습. '우리투어' 사진 제공.

북한이 올해 초 개장한 마식령 스키장을 촬영한 영상을 영국 공영방송이 보도했습니다. 방송은 스키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라며 ‘고스트 타운’ 즉, 유령 도시라고 표현했습니다. 이성은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영국의 ‘BBC’방송은 13일 마식령 스키장을 촬영한 최근 동영상을 소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스키장’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동영상은 미국 `AP통신'의 이진희 전 평양지국장이 마식령 스키장 관광에 참가해 촬영한 것입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이 전 지국장은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마식령 스키장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놀라웠다고 첫 인상을 전했습니다. 평양과 스키장이 있는 원산간 도로 개발이 안 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스키장 시설은 매우 현대식이라는 겁니다.

이 전 지국장은 북한이 이 스키장 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며, 10개월 만에 신속하게 잘 지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동영상에는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리조트 내부가 현대식으로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고, 대형 욕탕을 갖춘 실내온천 시설도 보였습니다.

또 식당 메뉴도 손터치 방식의 태블릿으로 한 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전 지국장은 북한에선 주민들과 대화하는 게 엄격히 금지돼 있는데 스키장에서는 그런 제약이 없었다며, 스키나 스노우보드를 타는 방법 등을 묻는 북한 주민들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BBC’는 이 전 지국장이 제공한 영상을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투브’에 별도로 올리면서, ‘북한의 스키장은 유령 도시’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실제로 동영상에 비친 스키장에는 몇 명 안 되는 사람들이 스키를 탈 뿐 거의 텅 비어있다시피 했습니다.

방송은 한국이 이미 수 년 동안 자국 내 스키장들을 관광상품으로 홍보해 왔다며,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에서 내세울 만한 점은 고립돼 있고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스키는 소수 엘리트층의 취미 활동일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마식령 스키장을 다녀 온 외국인 관광객들은 스키장에 들어가려면 군 검문소 같은 시설을 거쳐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스키장에는 또 3개의 슬로프가 가동되고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영어 표지판이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BC’ 방송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국가 자금을 핵무기 개발 뿐만 아니라 물놀이 공원과 유원지 등 오락시설 건설에도 쓰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마식령 스키장에는 해외에서 반입한 고급 장비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습니다.

방송은 마식령 스키장이 북한 정권을 개방시키는 데 도움이 될지, 아니면 김정은 정권에 자금만 대주는 결과를 초래할 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전했습니다.

VOA 뉴스 이성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