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 공식 등장...고모 김경희 대신할듯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여동생인 김여정(27)이 9일 김일성정치대학에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를 하는 모습이 조선중앙TV에 나왔다. 북한 매체는 이날 처음으로 김여정을 김 제1위원장의 수행자로 호명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실명으로 공식 활동에 나섰습니다. 장성택의 처형으로 생긴 고모 김경희의 공백을 대신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금껏 공식 행보를 보이지 않던 김여정이 지난 9일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진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 선거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김여정은 특히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과 당 조직지도부의 김경옥 제1부부장, 황병서 부부장 등 김 제1위원장의 최측근과도 동행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처음으로 김여정의 이름을 호명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인 조선인민군 차수 최룡해 동지와 당 중앙위원회 책임 일꾼들인 김경옥 동지, 황병서 동지, 김여정 동지가 동행했습니다.”

김여정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세 번째 부인 고영희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딸로, 김정은 제 1위원장의 친 여동생입니다.

1987년 생, 올해 27살인 김여정은 지난 1990년대 말부터 두 오빠인 김정철, 김 제1위원장과 함께 스위스 베른국제학교에서 유학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의도 한국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김의도 한국 통일부 대변인] “북한 보도매체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거명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북한 내에서 공식적인 활동이 없었기 때문에 자세한 활동 내용은 현재로서는 많지 않은 상황이고 출생은 1987년도에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듯 김여정이 실명으로 공식 활동에 나서면서 김정은 정권의 실세로 급부상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여정의 공식 등장은 일단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백두혈통’의 직계라는 점에서 3대 세습체제 정통성의 부각을 나타냅니다.

북한 지도부가 김 씨 일가의 정치적 위상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지난 해 장성택 처형으로 생긴 김 제1위원장의 고모 김경희 노동당 비서의 공백을 메우려고 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박사입니다.

[녹취: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 박사] “충분히 바통 터치하려고 등장시켰다고 보거든요. 김경희가 이번에 등장했더라면 투표 장면도 보여주고 했을 텐데 일체 투표했다는 것 못 봤죠? 그런 것 보면 김경희는 용도폐기하고 김여정으로 대신하려고, 투톱 체제로 가려는 거죠.”

안 박사는 또 김여정이 책임일꾼으로 호명됐다는 것은 부부장급 이상의 책임적 위치에 올랐다는 것이라며 ‘동지’라는 호칭은 당 중앙위원회 부장급이 되어야 붙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장성택 처형 이후 김 제1위원장에게 ‘아니오’라고 조언할 수 있는 간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김여정이 권력 핵심부의 여론을 오빠인 김 제1위원장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