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상봉' 이산가족 숨져…상봉 정례화 시급

지난 2월 21일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측 아들 김진천(66)씨를 만난 김섬경(91)할아버지가 건강상의 이유로 구급차에서 하루 일찍 작별상봉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 당시 건강 악화로 구급차에서 북한의 가족을 만났던 90대 할아버지가 상봉을 마친 지 40여 일 만에 끝내 숨졌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더해 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월20일 금강산에서 64년을 기다린 북한의 딸과 아들을 다시 만난 91세 김섬경 할아버지.

김 할아버지는 죽더라도 금강산에서 죽겠다며 구급차에 실려 금강산으로 향했습니다.

상봉 첫 날 비좁은 구급차 속 침대에 누운 채 그리던 자녀를 만났지만 이튿날 건강 악화로 결국 나머지 상봉 일정을 포기한 채 남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이후 병세는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김 할아버지와 동행했던 남쪽의 아들은 8일 대한적십자사에 전화를 걸어 부친의 사망 소식을 전했습니다.

금강산에서 북녘 자식을 보시고 나니 그리움의 한을 놓으신 것 같다며, 그나마 자식된 도리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지난 2월의 이산가족 상봉은 이산가족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 상봉 정례화와 생사 확인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번에 숨진 김 할아버지 뿐만 아니라 상봉 과정에서 건강 악화로 중도귀환하거나 치매로 혈육을 만나고도 알아 보지 못한 사례가 이어졌습니다.

또 상봉을 앞두고 숨지거나 건강 때문에 만남을 포기하는 이들도 잇달아 나왔습니다.

대한적십자사 허정구 남북교류팀장입니다.

[녹취:허정구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장] “3월 1일 박근혜 대통령께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문제를 제의하셨고, 적십자사도 상봉 정례화를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북측에 제의한 상황입니다. 아직까지 북측이 호응을 해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빠른 시일 내에 북측이 호응을 해와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대해서 논의가 이뤄지길 지금 바라고 있습니다.”

이산가족들은 면회 수준의 짧은 만남 뒤 또 다시 소식조차 알 수 없는 이별을 해야 하는 탓에 이른바 상봉 후유증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산가족 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말까지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모두 12만 9천여 명. 그러나 이 가운데 45%가 넘는 5만 8천여 명이 이미 숨졌습니다.

특히 최근 10년 사이 급속한 고령화로 해마다 4천여 명의 이산가족이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