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총정치국장 해임된 최룡해, 당 비서로 임명

최룡해 전 북한군 총정치국장(왼쪽)이 지난해 7월 평양에서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 한국전 정전 60주년 기념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의 2인자로 꼽혔던 최룡해가 군 총정치국장에서 해임된 뒤 당 비서 자격으로 공식 석상에 나타났습니다. 사실상 좌천된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군에서 당으로의 역할 재조정의 의미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소년단 야영소 준공식에 참석한 최룡해 전 총 정치국장이 ‘당 비서’로 소개됐습니다.

최룡해는 군복 대신 양복을 입고 직접 준공사를 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준공사를 당 중앙위원회 비서인 최룡해 동지가 하겠습니다.”

지난 2012년 4월 김정은 체제가 출범하면서, 군을 통제하는 최고 핵심 자리인 총 정치국장에 오른 지 2년 만에 당 비서로 물러난 겁니다.

최룡해는 황병서 신임 총 정치국장과 김기남, 최태복 비서에 이어 네 번째로 호명돼 공식 서열에서도 밀려났습니다.

이에 따라 최룡해가 그 동안 겸직하던 당 정치국 상무위원직에서도 물러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됩니다.

특히 최룡해가 소년단 관련 행사에서 준공사를 한 것으로 볼 때 총 정치국장 임명 전에 맡았던 당 근로단체 비서에 다시 임명된 것으로 보입니다.

최룡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개 활동 수행 횟수가 가장 많았지만 올해 들어선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최룡해는 지난달 14일 김일성 주석 생일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했지만 같은 달 24일 인민군 창건일 중앙보고대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근 군 정치기관의 사업 해이 등을 직접 비판한 것으로 미뤄볼 때 최룡해에게 그 책임을 묻는 등 일종의 경고 차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에서 당 비서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군에서 당으로의 역할 변경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녹취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김정은 제1위원장 앞에서 직접 연설을 했다는 것은 군사직에서 당직으로 역할이 변경이 된 것이 아닌가..총정치국장의 경우 활동 폭이 매우 넓기 때문에 활동폭을 줄임으로써 건강을 추스리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외형상으로 좌천으로 볼 수 있지만 군부 대신 당에서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강화에 앞장서라는 의미로 역할을 재조정한 것이란 설명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최룡해가 사실상 좌천된 것으로 보인다며,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2인자로 부상한 최룡해를 견제함으로써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다른 당국자는 그러나 최룡해가 여전히 김정은 제1위원장이 참석한 행사에서 연설을 하는 점과 최현의 아들이라는 최룡해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