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데이비스 특별대표 "6자회담 재개 조건, 북한 비핵화 아닌 비핵화 의지"

글린 데이비스 특별대표(왼쪽)가 13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6자회담과 북한 비핵화 간의 선후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 국무부 고위 관리가 북한 비핵화와 6자회담 재개의 선후관계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이 6자회담 재개에 앞서 취해야 할 행동은 비핵화 의지를 증명할 조치이지 비핵화 자체가 아니라는 겁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6자회담 복귀 전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할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고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밝혔습니다.

[녹취: 글린 데이비스 특별대표] “It is canard, it is ridiculous to suggest that the United State is insisting North Korea must completely denuclearize before we go back to six-party. That’s not true…”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13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남북한 문제의 향방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6자회담과 북한 비핵화 간의 선후관계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6자회담의 근본적인 전제가 비핵화라는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신호를 보이라는 게 미국의 요구라는 겁니다.

미 국무부는 그동안 북한이 비핵화 의무 준수에 진정성을 보인다면 기꺼이 대북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세부적인 비핵화 절차와 6자회담의 선후관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해왔습니다.

데이비스 대표는 이날 북한이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으며, 특히 미국인 억류 문제 해결에도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글린 데이비스 특별대표] “We’d like to see them take concrete actions. It’s important that they do so. The stuff they got to do-they know what they have to do-and what they do…”

데이비스 대표는 미국의 대북 입장은 지난 5년간 바뀐 게 없고 앞으로도 이를 고수할 것이라며, 동맹국과 동반국, 그리고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6자회담 재개 여부는 북한의 결정에 달렸다면서 외교적 해법 외에 다른 방법이 없고, 이와 관련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데이비스 대표는 세미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외교적 대응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글린 데이비스 특별대표] “If there is a nuclear test, we are ready to diplomatically respond…”

또 핵실험은 중대한 오판이 될 것이며, 북한이 주어진 선택을 심사숙고해 옳은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스 대표는 북한의 비상사태를 상정한 중국과의 정책 공조 여부를 묻는 질문에, 중국 정부와 모든 종류의 북한 비상사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녹취: 글린 데이비스 특별대표] “All I can tell you is that it is the subject we raise with Beijing. We talk about all kinds of different contingencies…”

그러면서도 현재 북한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은 아니고, 자신이 중국 정부의 구상에 대해 언급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데이비스 대표는 이날 세미나에서 북한의 인권 개선을 핵 문제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녹취: 글린 데이비스 특별대표] “Long after these debates are over, how well we did and didn’t do on denuclearization, will be the question what did you do for the 25 million people of North Korea…”

핵 관련 논란이 모두 가라앉은 미래 어느 시점에 2천5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을 위해 과연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특히 극소수의 ‘세습 엘리트’ 외에 99% 북한 주민들과의 신의를 지켰는지, 또 그들의 상황을 제대로 조명했는지 역시 대북정책 성적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