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신동혁, 캐나다 명문대서 명예박사 학위

북한 14호 개천관리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 씨. (자료사진)

북한 정치범 수용소 출신의 탈북자 신동혁 씨가 캐나다의 명문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신 씨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캐나다 동부 노바스코샤 주 핼리팩스에 있는 댈하우지 대학교가 20일 탈북자 신동혁 씨에게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수여했습니다.

[녹취: 파운틴 댈하우지대학 총장] "I admit you to the degree…"

프레드 파운틴 댈하우지 대학 총장은 명예 박사학위증이 담긴 액자를 신 씨에게 직접 전달하며 축하인사를 건넸습니다.

명예 박사학위는 학술이나 문화, 기타 분야에서 뛰어난 공적을 남겼거나 인류문화 향상에 특별히 이바지한 사람에게 학위 논문에 관계없이 주는 박사 학위입니다.

1818년에 설립돼 캐나다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댈하우지 대학교는 신 씨가 북한에 만연한 인권 침해를 재조명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북한에 관한 국제적 대화의 방향을 바꿨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녹취: 프레이저 교수] "Mr. Shin continues his fight for……"

신 씨가 북한 주민들을 위해 계속 싸우는 한편, 전세계 지도자와 시민, 학생과 인권활동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겁니다.

신 씨는 명예 박사학위를 받은 뒤 행한 연설에서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신동혁] “제가 이렇게 여러분들 앞에서 이렇게 가운을 입고 졸업식에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고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 씨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정치범 수용소에서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한 존재였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사랑이나 행복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자신도 그런 말을 해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신동혁] “오늘 이 순간 만큼은 저도 여러분들과 같이 행복하다고 얘기를 하고, 그 누구를 사랑한다고 얘기를 하고 마음껏 여러분들과 함께 즐기겠습니다.”

하지만 신 씨는 아직도 세상에는 사랑이 없는 곳에서,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들에게 사랑과 행복을 가르쳐주는 것이 졸업생들의 의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신동혁] “여러분들의 눈 앞에 보이는 밝은 곳에서는 좋은 것만 보이고 좋은 환경만 있지만, 여러분들 뒤에 있는 컴컴한 어둠 속에서는 여러분들과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정말 말로 상상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신 씨는 졸업생들이 그 같은 어둠의 세력과 싸워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을 구원하고 세상을 바꾸기를 바란다고 당부하면서 연설을 마쳤습니다.

신동혁 씨는 북한 관리소 완전통제구역에서 태어나 자란 뒤 탈출한 유일한 탈북자로 국제사회의 큰 주목을 받아 왔습니다.

특히 지난 해 3월 미국 ‘워싱턴포스트’ 신문 출신 언론인 블레인 하든이 펴낸 신 씨에 관한 책 ‘14호 관리소에서의 탈출’ 이 20개 이상의 언어로 출간되면서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신 씨는 지난 해 6월에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비정부기구 인권단체인 ‘유엔워치’가 수여하는 ‘도덕용기상’을 받았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