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0일 미얀마에서 열리는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 ARF를 앞두고 남북한의 외교전이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북한 핵 문제와 미사일 발사 문제 등 쟁점 현안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힘겨루기가 펼쳐질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이 다음 달 10일 미얀마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 ARF를 앞두고 라오스와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 방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ARF 다음 날인 11일엔 인도네시아도 찾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2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리 외무상이 이번 ARF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리 외무상이 ARF 참가를 전후해 몇몇 동남아시아 회원국들에 대한 방문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ARF는 아시아태평양 27개 나라 안보회의체로 북 핵 6자회담 참가 6 개 나라가 모두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열려 온 ARF는 특히 북 핵 등 한반도 안보 문제를 놓고 남북한이 치열하게 외교전을 전개했던 무대이기도 합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리 외무상의 이번 방문이 아세안 내에서 비교적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나라들을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 등에 따른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보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ARF에서 4차 핵실험과 단거리 미사일 발사 문제 등 현안들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지지해달라고 방문국들에 요청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립외교원의 배긍찬 교수입니다.
[녹취: 배긍찬 국립외교원 교수] “아마 라오스에 부탁을 할 수 있죠, 비교적 우호적이에요. 왜냐하면 사회주의 일당지배체제이기 때문에 그래도 상대적으론 우호적이에요. 이번에 가서 너희들이 우리 입장을 단단하게 반영해 달라고 북한이 할 수 있죠.”
라오스는 지난해 5월 탈북 고아 9 명을 북한으로 강제추방 하는 사건이 벌어진 나라이기도 합니다.
ARF는 그동안 남북한 간 쟁점 사안에서 중립적 입장의 의장성명을 발표해 왔지만 지난해에는 이례적으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 철회나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등 북한의 주장이 반영되지 않은 의장성명을 냈었습니다.
한국 정부도 ARF를 앞둔 오는 28일부터 이틀간 라오스와 베트남, 태국, 미얀마 등 메콩강 유역 5개 나라와 서울에서 한-메콩 외교장관 회의를 열고 참가국가들과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한-메콩 외교장관 회의가 북 핵 등 안보 문제가 목적인 회의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논의되는 내용이라고 밝혀 ARF를 앞둔 시점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뜻임을 내비쳤습니다.
한편 노광일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ARF를 계기로 한 남북 외교장관 회동 가능성에 대해 회의를 하면서 마주칠 기회가 있을 수 있겠지만 회담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가에선 북한 측이 대화공세의 일환으로 회동을 먼저 제안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