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기밀 절취 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된 캐나다인 부부가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해온 기독교 선교사로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북-중 국경도시인 단둥에 정착해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면서 북한 주민들을 도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당국은 5일 캐나다인 케빈 가레트 씨와 줄리아 가레트 씨 부부가 군사와 국방과학 관련 기밀을 훔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단둥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캐나다인 부부가 국가기밀 절취 혐의로 체포돼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캐나다 등 서방언론들은 중국 당국이 기밀절도죄로 외국인을 조사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정부가 1주일 전 자국 내 국립연구원이 해킹을 당했고, 주범이 중국계 해커라고 비난한 데 대해 중국이 보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가레트 씨 부부의 가족은 중국 당국이 밝힌 혐의가 터무니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레트 씨의 두 아들은 캐나다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부모가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지난 2008년 단둥으로 이주한 뒤 모든 활동을 합법적으로 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가레트 씨 부부는 실제로 지난해 11월 캐나다의 한 교회에서 가진 설교에서 북한에 예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단둥으로 이주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가레트 씨의 설교 내용입니다.
[녹취: 가레트 씨] “God’s love! We are trying to reach North Korea with God, Jesus…”
가레트 씨는 기독교 오순절 계통의 목사로 1984년부터 영어교사 등으로 중국에서 활동했습니다.
이후 2008년부터 ‘선교로서의 비즈니스-BAM’(Business as Mission) 차원에서 압록강 인근에 막내 아들의 이름을 딴 커피 전문점 ‘피터스’ 를 개업했습니다.
기독교 선교사들은 기독교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이나 중동 지역에서 사업을 하며 복음을 간접적으로 전하는 ‘선교로서의 사업’ 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가레트 씨는 이후 단둥을 방문하는 북한인들과 자연스럽게 만나며 다양한 대북 지원활동을 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가레트 씨] “We started getting donations….
옷과 시설 장비, 강냉이(옥수수), 심지어 최근에는 단둥에 임시 거주하는 북한인들과 김장을 담아 몇 t 분량의 김치를 북한 주민들에게 제공했다는 겁니다.
가레트 씨는 또 홍수 등 자연재해 때 긴급 지원품을 북한에 보내고 있으며 4만 그루의 나무를 올 봄에 북한에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북한 내 지인들을 통해 보육원의 고아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 2천 개의 등가방 (백팩)을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가레트 씨는 북한의 엘리트들은 잘 살고 있지만 일반 주민들은 여전히 빈곤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을지 늘 고민하며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레트 씨는 또 북한 뿐아니라 단둥의 지역사회와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역 장애아 전문 고아원을 지원하고 커피 전문점에서 젊은이들에게 영어교육을 하며 성경에 대해 질문하는 시민들에게 답해주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가레트 씨는 이런 지역사회 활동이 앞으로 북한에서 지원 활동을 하는 데 좋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북한에 대해 많은 열정을 보였습니다.
카레트 씨의 커피 전문점은 중조우의교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있어 북-중 지역을 오가는 물품들을 육안으로 바라 볼 수 있습니다.
가레트 씨 부부와 함께 단둥에서 살고 있는 막내 아들 피터 씨는 캐나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급 차량 등 유엔이 금지한 많은 물품들이 버젓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취미 차원에서 사진으로 찍거나 글을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기는 했지만 가족이 중국법을 위반한 사례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지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선교사들의 활동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으며, 정도가 지나치거나 위법활동 사례가 적발될 경우 가차없이 추방하거나 비자 갱신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당국은 현재 가레트 씨 부부의 북한 관련 활동이나 선교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