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강온양면’ 전술 구사…"고위급회담 제의 받아들일 것"

광복 69주년인 15일 북한 주민들이 평양 만수대 언덕에 세워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동상을 참배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한 14일, 북한은 한국을 향해 화해의 손짓을 보냄과 동시에 무력시위를 하는 등 강온양면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결국 한국의 고위급 접촉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14일 오전 6시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담긴 성명을 발표한 북한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시 사이 단거리 발사체 5발을 발사했습니다.

이어 오후 7시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화환을 전달하겠다고 한국 측에 제의했습니다.

하루 사이 다양한 강온양면 전술을 구사한 겁니다.

먼저 북한은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에서 8.15 광복절을 계기로 전환적 국면을 열겠다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습니다.

한국이 제안한 남북 고위급 접촉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북측이 고위급 접촉에서 논의하고 싶은 의제를 제시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한국 측의 고위급 접촉 제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입니다.

[녹취: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이 시간을 끌고는 있지만 결국 고위급 접촉에 나오기는 할 것이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이 아시안게임을 적극적으로 참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갖고 있기 때문에 고위급 접촉에 나올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봅니다.”

북한이 같은 날 저녁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에 화환을 보내겠다고 밝힌 것도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이 김 전 대통령의 기일에 화환을 보내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역시 같은 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울 도착을 전후해 300mm 신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 5 발을 동해로 발사했습니다.

이는 방사포의 사거리를 늘리기 위한 시도이자 오는 18일 시작되는 을지훈련-UFG에 대한 반발성 무력시위로 해석됩니다.

한국 군 당국은 UFG 훈련이 예정대로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의 14일 브리핑 내용입니다.

[녹취: 김민석 한국 국방부 대변인]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한미 연합 전투력이 유지되어야 되고 따라서 UFG 연합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북한의 입장과 상관없이 우리들은 방어적이고 연례적인 UFG 훈련은 지속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 드립니다.”

북한이 이렇듯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면서도 한국의 고위급 접촉 제의에 대해 이렇다 할 답변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UFG 연습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추가 핵실험까지 거론하며 UFG 훈련에 강하게 반발해 온 북한으로서는 한국이 UFG 연습을 강행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고위급 접촉 제의를 선뜻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UFG 훈련이 끝난 뒤에 고위급 접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한국 통일연구원 박사] “이번에 나오더라도 뭔가 해보려고 나오는 게 아니라 한국 측의 군사훈련 때문에 남북 간 긴장이 조성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는 더 이상 회담을 진행할 수 없다, 그렇게 될 것이고, 기본입장은. 그리고 나서 훈련이 끝나면 그때 다시 나올 수 있겠죠.”

한편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이 14일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에 대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시험발사 명령을 내린 것이며 김 제1위원장이 발사 결과에 상당히 만족해 했다고 15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전술로켓탄의 조종성이 최신 기술에 완전히 도달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