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북한에 제의했던 남북 고위급 접촉이 북한의 묵묵부답으로 결국 무산됐습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남북 간 협력사업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남북공동 협력사업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북한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박 대통령은 남북한이 신뢰를 구축하고 함께 통일의 길로 나가기 위해선 우선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어 8.15 경축사에서 밝힌 남북 협력사업 등에 대한 후속 조치를 마련할 것을 관계 부처에 지시했습니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해 남북 환경과 민생 협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동 협력사업을 북한에 제안했습니다.
[녹취: 박근혜 대통령] “남북을 가로지르는 하천과 산림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협력사업을 확대해 가야 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박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밝힌 협력사업을 비롯한 남북 간 현안들을 고위급 접촉을 통해 논의하자며 북한에 회담을 제안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묵묵부답으로 인해 19일 열자고 제안했던 남북 고위급 접촉은 일단 무산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하루 전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북한의 조속한 호응을 거듭 촉구하면서, 북한이 원하는 날짜를 제안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와 함께 국회 업무보고에서는 5.24 제재 조치를 완화하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올해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 보고 내용입니다.
[녹취: 류길재 장관] “남북 공동발전을 위한 호혜적 경제협력•경공업 원자재 차관 상환•환경공동체 기반 조성을 위한 연구 등의 사업을 추진하겠습니다.”
한국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이달 말 미국과 한국의 군사훈련이 끝나면 고위급 접촉 제의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김의도 대변인] “UFG 훈련이 끝나고 9월 초에 남북이 만나서 합의에 이른다면, 빠르면 9월 말, 10월 초에는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1~2 주 늦어지는 것 관련해서 큰 의미가 있다, 없다는 것은 좀 적절치 않고…”
지난 17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아 방북한 남측 인사들을 만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도 남북 고위급 접촉 자체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양건 부장을 만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미-한 군사훈련이 마무리될 때쯤 북한으로부터 긍정적인 신호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원 의원] “최소한 북측에서는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려고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달리 박근혜 정부는 무엇인가 대북관계를 해보려고 한다고 하는 진정성은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미-한 군사훈련을 비난하면서 군사적 대응을 공언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다음 달 19일 열리는 인천아시안 게임에 대규모 선수 명단을 등록하는 등 참가를 확정했습니다.
19일에는 아시안게임 조 추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북측 올림픽위원회 대표단을 한국으로 보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