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미군 유해 신원 확인 가속도…최근 3년간 괄목할 성과

하와이에 있는 ‘미군 전쟁포로·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JPAC)’에서 북한으로 부터 받은 미군 유해 신원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 제공: 제니 진 K208 팀장.

6.25전쟁에서 숨진 미군의 신원 확인 작업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미 국방 당국의 한국계 미국인 인류학자가 특별 감식단을 이끌며 첨단 과학기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이 1990년대 초 미국에 넘긴 상자 208개 분량의 미군 유해 가운데 49구의 신원이 최근 3년 동안 확인됐습니다.

1992년부터 2011년까지 20년 동안 61구의 신원을 확인한 걸 감안할 때 짧은 기간 동안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겁니다.

이런 진전은 ‘미군 전쟁포로.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JPAC)’가 지난 2011년 ‘K208 프로젝트 팀’을 출범시키면서 이뤄졌습니다.

북한으로부터 전달받은 미군 유해 상자의 개수에서 유래한 신원확인 작업 명칭입니다.

JPAC의 한국계 미국인 제니 진 박사가 이끄는 ‘K208팀’은 지난 3년 간 유해 수거 위치정보를 기본으로 첨단 유전자 감식 기법을 총동원해 신원 확인 속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법의학 인류학자인 진 박사는 27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유전자 분석과 대조 기술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을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녹취: 제니 진 박사, JPAC ‘K208프로젝트’ 팀장] “한 사람 뼈처럼 보이는 유해인데 사실은 여러 명의 뼈가 섞여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경우에는 인류학 감식만으로는 한 사람 한 사람 개체 분류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DNA를 추출해서 유전자 정보를 확인해 보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특히 북한이 일방적으로 건넨 이들 유해의 경우에는 확인 작업이 훨씬 복잡하고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당시 2백8개의 상자를 넘겨주면서 같은 수의 미군 유해가 담겼다고 주장했지만 감식 결과 6백 명 이상으로 파악됐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각지에 흩어져 있던 뼈를 특정 지역에서 수거한 한 사람의 유해인 것처럼 포장해 위치 정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게 진 박사의 설명입니다.

[녹취: 제니 진 박사, JPAC ‘K208프로젝트’ 팀장] “그런 이유 때문에 DNA 분석이 정말 중요합니다. 다른 지역에서 실종된 서로 다른 사람의 뼈를 한 상자에 교묘하게 합쳐놨기 때문에 이걸 하나 하나 갈라서 원래 유해대로 다시 맞춘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뼈의 형태나 구조와 같은 해부학적 지식, 또 인류학적 지식, 그리고 정밀한 유전자 감식과 같은 과학기술을 결합해서 한 사람 한 사람 찾아냅니다.”

진 박사는 유족들로부터 채취한 유전자 시료가 축적된 것도 신원 확인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제니 진 박사, JPAC ‘K208프로젝트’ 팀장] “설령 뼈에서 DNA 정보를 얻었다고 해도 이걸 가족들의 DNA와 대조해보지 않으면 유용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1999년만 하더라도 저희가 6.25전쟁 참전 미군 가족들의 15% DNA 샘플 밖에 확보하지 못했었는데요. 지금은 89%의 가족 샘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군 7천27명의 가족 1만3천9백88 명으로부터 유전자 정보를 확보한 겁니다.

20년 동안 이룬 성과의 절반에 해당하는 신원 확인을 지난 3년 동안 단숨에 달성하는 데 원동력이 됐음은 물론입니다.

미군 당국은 이밖에도 다른 프로젝트를 통해 30여 구의 6.25참전 미군 유해의 신원을 추가로 파악했습니다.

JPAC ‘K208팀’은 부대 휘장에 새겨진 구호처럼 ‘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Until They Are Home)’ 국가유공자들을 끝까지 찾아내 예우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진 박사는 지난 15일 6.25참전 미군 가족들을 직접 만나 유해 신원 확인과 관련한 최근의 성과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