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한 달 간의 여름휴회를 마치고 개원했습니다. 의원들은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는 한편 두 달 남짓 남은 중간선거 준비에 바쁜 모습인데요, 조은정 기자와 함께 의회 내 지한파 의원들의 선거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이번 주 초에 의회가 개원했는데요, 의원들이 장기 휴가에서 돌아온 만큼 처리해야 할 현안들이 꽤 많을 것 같군요?
기자) 네, 무엇보다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에 대한 대응 방안이 우선적인 관심사로 보입니다. 이슬람국가는 최근 미국인 2 명을 참수하고 그 동영상을 공개하는 등 미국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는데요, 이들에 의한 미국 내 테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의회는 행정부의 철저한 대응 방안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상하 양원 지도부는 어제 (9일)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이슬람국가’ 격퇴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의원들은 또 다음달에 시작되는 2015 회계연도에 앞서 잠정예산안을 처리해야 합니다. 이처럼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의원들의 신경은 온통 11월4일 실시되는 중간선거에 쏠려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의회는 올 말까지 일부 굵직한 현안이나 법안 정도만 다루게 될 전망입니다.
진행자) 미국의 중간선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시죠?
기자) 예. 대통령의 4년 임기 중 중간 시점에 실시해서 중간선거라고 하는데요, 2년마다 실시되는 중간선거에서는 연방 의회 하원의원 435 명 전체와 상원의원의 3분의 1을 새로 선출합니다. 또 임기가 만료되는 주지사와 주 의회 의원, 교육구청장, 보안관 등 다양한 수준에서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한 선거가 실시됩니다.
진행자) 중간선거를 통해서 교체되는 상하원 의원의 비율이 얼마나 됩니까?
기자) 낮은 편입니다. 가령 지난 1994년과 2010년 선거를 앞두고 의회의 업무 수행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율은 20% 수준이었는데요, 그럼에도 정작 현역 의원의 낙선율은 10%에서 15%에 불과했습니다. 또 지난 2002년 선거 당시 의회의 업무수행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율이 50%로 나타났을 때는 현역 의원 낙선율이 4%에 그쳤습니다.
진행자)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른바 `지한파' 의원들에 대해 알아보죠. 미 의회의 북한 관련 법안은 주로 지한파 의원들의 손을 통하게 되는데요, 이들이 어떤 계기로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예. 지한파 의원들은 주로 지역구에 한인들이 많이 살거나 한국 기업의 공장이 있는 등의 이유로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요. 미국과 한국 간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을 규탄하거나 제재를 촉구하는 법안, 그리고 최근에는 일본의 과거사 부정을 규탄하는 결의안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코리아 코커스'라는 모임을 구성해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과 교류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중간선거에서 이들의 선거 전망은 어떤가요. 먼저 상원부터 살펴보죠?
기자) 상원에는 코리아 코커스 소속 의원이 7 명 있는데요. 이 중 다이앤 파인스타인, 마리아 캔트웰, 조니 아이잭슨, 존 부즈먼 의원은 올해 선거를 치르지 않습니다. 코리아 코커스의 공화당 공동의장인 오클라호마 출신 제임스 인호프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60%의 지지율을 얻고 있어서 무난히 4선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조지아 주 출신의 민주당 색스비 챔블리스 의원은 이번 회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상대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원의원도 있군요?
기자) 네, 코리아 코커스 민주당 공동의장인 알래스카 주 출신의 마크 베기치 의원이 그런 경우인데요, 베기치 의원은 알래스카 주 법무장관을 지낸 공화당의 댄 설리번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두 후보는 지지율에서 근소한 차이로 접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하원은 어떤가요?
기자) 코리아 코커스 소속 의원 50여 명 대부분이 무난히 당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 중 북한 문제에 특히 관심이 큰 의원으로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을 꼽을 수 있는데요, 로이스 의원은 하원에서 ‘북한 제재 이행법안’이 통과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녹취: 에드 로이스 의원]
지난 5월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북한 제재 이행법안에 대해 설명하는 로이스 의원의 목소리를 들으셨습니다. 버지니아 주 출신의 민주당 제리 코널리 의원도 이 법안 통과에 적극 나섰는데요, 코널리 의원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플로리다 주 출신의 일리아나 로스-레티넨 의원도 북한과 관련해 활발한 입법 활동을 벌이고 있죠?
기자) 예. 로스-레티넨 의원은 지난해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2013 북한 제재와 외교적 승인 금지 법안’ 을 비롯해 여러 건의 북한 관련 법안을 제안했었습니다.
[녹취: 로스 레티넨 의원]
로스-레티넨 의원이 외교위원회에서 핵 개발을 추구하는 북한 당국을 비판하는 발언을 들으셨는데요. 로스-레티넨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에 경쟁 후보가 없어 의원직을 계속 유지하게 됐습니다. 이밖에 북한 고아와 탈북자 보호에 관심이 많은 뉴욕 주 출신 민주당 소속 그레이스 맹 의원,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으로 북한인권에 관심이 많은 캘리포니아 주 출신의 민주당 소속 로레타 산체스 의원, 미국인 여기자 석방 촉구 결의안을 발의한 바 있는 캘리포니아 주 출신 민주당 소속 아담 시프 의원 등도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진행자)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인 찰스 랭글 의원의 경우 재선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예. 히스패닉계인 뉴욕 주 상원의원과 예비선거에서 접전을 벌였는데요, 결국 당 내 경선에서 승리해 23선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83세의 고령인 랭글 의원은 이번 선거를 마지막으로 정계에서 은퇴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한국전쟁 60주년 결의안을 발의하는 등 대표적인 친한파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원의 또다른 6.25 참전용사인 하워드 코블 공화당 의원은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 출신 마이크 혼다 의원의 경우 지난 6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한때 고전한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20%포인트의 큰 차이로 후보로 확정됐습니다. 혼다 의원은 일본 군 위안부 결의안이 하원에서 통과되는 데 핵심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진행자) 한 가지 더 알아보죠. 오는 11월 중간선거에는 북한인권 운동가인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가 하원에 출마하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숄티 대표는 버지니아 주 공화당 지역후보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에 나서게 됐는데요,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인 민주당의 제리 코널리 의원이 매우 힘겨운 상대라는 관측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