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한 유엔총회 연설 비난, 대꾸 가치 없어"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뉴욕에서 열린 제69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지난주 박근혜 한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이후 북한이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일이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29일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내용을 연일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선 데 대해, 북한의 본 모습을 스스로 여과 없이 보여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입니다.

[녹취: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 “최근 이러한 북한 당국의 언동은 그들의 본 모습을 스스로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일일이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

임 대변인은 또 북한의 자성남 유엔대표부 대사가 향후 남북대화 가능성은 없다고 밝힌 데 대해 한국 정부는 대화를 위한 문을 항상 열어 놓고 있다며, 논의하고 싶은 모든 현안들을 대화의 장에 나와 협의하자고 북한에 거듭 촉구했습니다.

[녹취: 임병철 대변인]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우리 정부의 기본원칙은 변함이 없고 일방적인 성명이나 선전 등 말로만 주장할 게 아니라 일단은 우리는 북한이 논의하기를 원하는 그런 안건에 대해서도 논의한다는 입장을 충분히 밝혔기 때문에 우리 정부로서는 그 정도면 일단은 우리의 진정성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을 합니다.”

임 대변인은 그러나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별도의 채널을 가동해 대화를 제의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6일에도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한국 국가원수에 대한 몰상식한 비방과 중상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북한은 국제사회가 왜 한 목소리로 인권과 핵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지를 돌아보라고 촉구했습니다.

북한은 박 대통령이 지난 24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에 핵을 포기하고 인권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자, 각종 매체와 주민들을 동원해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박 대통령의 연설이 엄청난 재앙을 불러오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정면 대결을 선포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조평통도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도발 행위라고 경고한 데 이어 국방위원회도 이튿날 정책국 대변인 담화에서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현대판 사대 매국노’ 등의 표현으로 헐뜯었습니다.

북한의 공식 기구가 박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한 것은 지난 7월 이후 두 달여 만입니다.

북한이 박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한국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나서면서 남북관계는 당분간 경색 국면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한국 정부가 국제무대에서 북한이 자주권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핵에 이어 인권 문제까지 거론하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당분간 고위급 접촉 등 남북 간 대화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