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암살 작전을 그린 미국 코미디 영화의 제작 뒷이야기가 공개됐습니다. 이번 영화가 탄생하게 된 배경과 출연 배우들이 밝힌 소감을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코메디 영화 ‘인터뷰’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암살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작진은 이 영화가 원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암살을 그리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시네마블랜드'와 `스크린랜트', `슬래시필름', `힛플릭스' 등 미국의 영화전문 인터넷 매체들은 2일, 영화 인터뷰 촬영 마지막 날 촬영장을 방문해 감독과 배우들을 인터뷰한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영화의 주연배우이자 감독인 세스 로건 씨는 “몇 년 전 김정일이 살아있을 때 각본을 썼다”며 “미국 기자가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인터뷰했다는 기사와, 기자들이 사악한 독재자들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위치에 있다는 기사를 읽고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로건 씨는 또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서구 영화를 즐기는 등 독재자들이 서방 대중문화를 열렬히 좋아하는 점도 감안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영화도 김정은 제1위원장이 미국 텔레비전을 즐겨본다는 전제 아래 줄거리가 펼쳐집니다.
[녹취: 영화 인터뷰 예고편 장면]
김 제1위원장이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텔레비전 토크쇼에 출연하고 싶어해서 북한 당국이 인터뷰를 먼저 제안한다는 내용입니다.
인터뷰를 위해 북한으로 향하는 진행자와 제작자에게 미 중앙정보국 CIA 요원이 접근해 김 제1위원장 암살을 지시합니다.
영화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미국 가수 케이티 페리도 열렬히 좋아하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로건 씨는 영화 제작을 추진하던 중 미 프로농구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북한을 방문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TV 진행자가 김 제1위원장을 인터뷰하는 것이 허황되게 비춰질 수도 있는데, 로드먼이 김 제1위원장과 친분을 가짐으로써 자신들의 설정도 좀 더 사실감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김 제1위원장 역을 맡은 랜달 박은 영화를 위해 갑자기 7kg의 살을 찌워야 했고, 머리 모양도 김 제1위원장과 똑같이 잘라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랜달 박은 자신이 맡은 역할이 "반인도 범죄를 많이 저지른 실제 독재자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인물로 묘사될 수도 있지만, 그 역시 한 사람의 인간이고, 유약하며, 복잡한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어쩌다가 우연히 끔찍한 일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겁니다.
영화 제작진은 북한의 풍경을 재현하기 위해 많은 서적과 기록영화를 참고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의 문화, 북한 사람들의 행동, 가치관 등에 허구를 섞지 않고 현실을 완전히 반영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캐나다 밴쿠버 인근의 촬영장에서 북한, 중국, 미국을 재현해 42일 간 촬영한 이 영화는 원래 이달 중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국제적인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개봉날짜가 성탄절로 옮겨졌습니다. 성탄절은 관객들이 1년 중 영화를 가장 많이 보는 성수기 중 하나입니다.
제작은 미국의 6대 영화사 가운데 하나인 소니 픽처스가 맡았으며, 미국의 주요 영화사가 김정은 제1위원장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편 북한은 지난 6월 자성남 유엔대표부 대사 이름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주권국가의 현직 수반을 암살하는 내용의 영화가 제작, 배급되도록 허가하는 것은 가장 적나라한 테러 지원이자 전쟁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이 서한에서 미국 당국이 즉각 해당 영화의 제작과 배급을 금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으며, 백악관에도 비슷한 내용의 서한을 보내 항의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