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중국의 대북 원유수출 실적이 8개월 이상 공식 통계에 전혀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에너지난의 징후는 찾아볼 수 없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사정이 있는 건지 김연호 기자가 전문가들의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중국은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52만 t 정도의 원유를 수출하다 지난 해에는 57만 t으로 수출 규모를 늘렸습니다. 매달 평균4만 t이상 수출한 셈입니다.
그러나 한국무역협회가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북-중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중국의 대북 원유 수출 실적은 전혀 없습니다. 지난 해 중국의 대북 수출 품목 가운데 원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사실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계절적 요인이 발생하거나 북-중 간 물량과 가격 협의가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간혹 통계에서 원유 수출 실적이 없었던 적은 있었지만 8개월 연속 계속되지는 않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지금쯤 북한에서는 심각한 에너지난이 나타나는 게 당연합니다. 그 동안 북한은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원유공급을 의존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에너지난의 징후는 찾아볼 수 없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후쿠다 게이스케 일본 ‘주간 동양경제’ 부편집장입니다.
[녹취: 후쿠다 게이스케, 일본 주간 동양경제 부편집장] “평양 시내에서 돌아다녀보니 자동차도 많아졌고 휘발유를 실은 탱크로리 차도 자주 봤는데요. 원유 사정은 아직 어렵다는 말은 들었지만 보통 생활에서는 특별히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북한 장마당에서는 최근 들어 휘발유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4월부터 북한 당국이 개인 승용차와 오토바이의 운행을 규제하면서 장마당에 공급되는 휘발유도 줄어든 겁니다. 한국의 탈북자단체인 북한민주화위원회의 서재평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 “서비스차는 움직이는데, 기름값이 평시보다 거의 1.3배 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마당에서 휘발유 값이 올랐다고 해도 폭등세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최근의 오름세가 중국산 원유 수입 중단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도 불투명합니다.
북한의 국가 연유공급소와 장마당 장사꾼들이 결탁해서 팔고 있는 중국산 휘발유도 계속 밀수입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공식 무역 통계에서도 원유와는 달리 정제유의 대북 수출은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임강택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각 기관마다 지금은 수입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줬다고 그러거든요. 예전에는 국가가 수입하고 관리했었는데.”
석유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가 완화되면서 수입 규모도 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정제유는 지난 2012년과 2013년 감소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수입 규모는 약 1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 정도 증가했습니다.
중국산 원유 수입이 실제로 중단됐을지라도 원유를 정제해서 나오는 석유제품 수입으로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갑자기 북한에 원유 수출을 중단했다기 보다는 단순히 공식 통계에 포함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의식해 공식 발표를 안하고 비공식적으로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중동이나 최근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로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