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창건 69주년...조직지도부, 권력 핵심 부상

  • 최원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된 17돌을 맞아 평양에서 학생들의 무도회가 열렸다.

북한 권력의 핵심인 조선노동당이 오늘(10일) 창건 69주년을 맞았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의 친위세력으로 등장한 노동당이 민심이반과 국제적 고립을 해결하지 못하면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데요. 노동당의 현실과 과제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녹취: KCNA] “천하의 만고역적 장성택에 대한 조선민주주의 공화국 특별군사재판이 12월 12일 진행되었다.”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김정은 정권의 새로운 친위세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조직지도부는 지난 해 12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부이자 실세였던 장성택 숙청을 주도하면서 권력의 핵심 보위기관으로 등장했습니다. 한국의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조직지도부가 그야말로 북한 권력의 핵 중의 핵인데 특히 조연준 제1부부장은 장성택 숙청을 주도했고, 노동당은 이제 북한 전체를 조직 지도하고, 김정은의 경호, 의전, 홍보를 담당하는 권력의 중심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동당은 지난 20년간 김정일 위원장이 선군정치를 한다며 군부에 힘을 실어주는 바람에 권력의 뒷전에 물러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가 시작되면서 노동당은 군부를 제치고 권력의 중심으로 복귀했습니다. 노동당은 당 출신인 최룡해와 황병서를 군부 서열1위인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내세워 군부를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인 국민대학교 정창현 교수입니다.

[녹취: 정창현 교수] ‘고난의 행군 시절 선군정치가 강조되면서 군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조직지도부와 당의 영도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적인 방향입니다.”

반면 군부에서는 물갈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군부 최고위직인 인민무력부장은 지난 2년간 김영춘에서 김정각으로 다시 김격식에서 장정남으로 4번이나 바뀌었습니다. 또 군 원로 인사들은 대부분 한직으로 물러나고 젊은 장성들이 급부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동당이 권력을 장악했지만 민심이반과 부정부패 그리고 국제적 고립이라는 3가지 도전에 직면해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민심이반은 상황이 심각합니다. 노동당은 지난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인민을 돌보는 이른바 ‘어머니 당’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주민들은 당에 등을 돌렸습니다. 북한군 출신으로 지난 2009년에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권효진씨의 말입니다.

[녹취: 권효진] “그전에는 어머니당을 찾았죠. 그런데 지금은 어머니가 아무것도 줄 것이 없어요, 차라리 장마당을 찾아가야 먹을 것이 있고 입을 것이 있지, 그래서 주민들은 당을 개떡 같은 거라며 무시하고 있습니다. “

당 간부들의 부정부패도 심각합니다. 노동당은 대학교 입학과 직장배치, 그리고 주택 배정권을 쥐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주민들로서는 생존을 위해 당간부들에게 뇌물을 바칠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당의 부정부패는 주민들이 사용하는 ‘은어’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안전부는 안전하게 해먹고, 보위부는 보이지 않게 해먹고, 당 일꾼들은 당당하게 해먹는다’는 말이 나돌고 있습니다.

노동당이 주도하는 김정은 정권은 또 국제적 고립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 제제 결의 2094호를 채택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금융거래 제한과 무기 수출입이 금지됐습니다. 또 미국, 한국, 중국, 일본, 유럽으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도 김정은 정권에 등을 돌렸습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7월 서울을 국빈 방문해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취임 후 평양보다 서울을 먼저 방문한 것은 이것이 처음입니다.

반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집권한지 3년이 됐지만 아직 중국 방문을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안찬일 소장입니다.

[녹취:안찬일] “당대당 관계는 끝나고 정부와 정부라는 형식적인 관계만 남았는데, 중국과의 혈맹은 이미 깨졌고,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안에 중국을 방문할 수 없다면 노동당으로서는 치명적인 손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동당이 21세기에도 살아남으려면 중국이나 베트남 공산당처럼 개혁개방에 나서는 한편 핵문제에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