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탈북자들 실명 거론하며 인민재판식 비난 공세

북한 관영매체들이 최근 거의 매일 탈북민들에 대한 인신공격성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 내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운데)가 북한으로 날려보낼 전단을 공개하는 모습.

북한 정부가 유엔총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 결의안과 대북 전단을 겨냥해 공세를 계속 강화하고 있습니다. 일부 탈북민들에 대해서는 실명까지 거론하며 인민재판식 인신공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이 최근 거의 매일 탈북민들을 `인간 추물,’ `쓰레기’ 에 비유하며 인신공격성 보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9월부터 ‘금수도 제 둥지를 안다’, ‘거짓과 진실’, ‘탈북자, 너는 누구냐’ 란 제목으로 탈북민들을 집중 비난하고 있습니다.

[녹취: 우리민족끼리 TV] “지금 우리 공화국에 대한 허위날조로 반공화국 인권 소동에 앞장 서 날치고 있는 자들…..”

이 매체는 한국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 연합 대표, 북한 전문매체인 ‘뉴 포커스’의 장진성 대표, 14호 개천관리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 씨,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김흥광 NK 지식인연대 대표, 김영순 북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7인에 관해 연일 인민재판식 기사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 도 지난 5일 논평에서 탈북민들을 ‘인간 추물’로 표현하며 이들의 ‘반공화국 삐라 살포 망동’이 남북관계를 파탄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부 북한 매체는 대북 전단 행위가 국제법적으로 전쟁행위라며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 내 탈북민 출신 1호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6일 ‘VOA’에 북한의 이런 공세는 국제사회에서 부각되는 탈북민들의 역할을 제한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북한을 COI에 고발한 이들도 탈북자들이고 지금 김정은 체제를 저렇게 흔드는 이들도 탈북자들이고. 이래저래 북한으로서는 탈북자들을 좀 물리적으로 제거하고 또 무력하게 만들고 비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오다 보니까 그냥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삿대질 하듯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탈북자들에게 퍼붓고 있는 거죠.”

안 소장은 북한의 이런 공세가 한국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키고 대북 전단과 관련해 탈북자 사회까지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특히 최근 북한 정권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유엔총회 결의안 문구 삭제 시도가 사실상 좌절되자 공개 협박까지 하고 있습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김성 참사는 지난 6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유럽과 일본이 계속 결의를 강행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녹취: 김성 참사] “If European and Japan enforce….”

북한은 특히 최근 중국에까지 손을 뻗치며 인권 공세를 다각화 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의 북한대사관은 최근 탈북민을 비난하는 동영상을 중국 관영매체에 제공하며 이들을 적대세력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녹취: 환구시보가 올린 동영상] “이 놀음에 앞장서고 있는 자가 바로 신동혁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이 영상을 지난 5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며 북한 당국자의 인터뷰 내용까지 게재했습니다.

베이징주재 북한대사관의 문성혁 공보참사관은 ‘환구시보’에 탈북자들은 난민이 아니라 처벌받아야 할 범죄자이자 추악한 도망자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관영언론이 북한 정부의 탈북자 비난에 동참한 것은 탈북자를 난민이 아닌 불법 입국자로 규정해 강제북송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북한의 변화보다 안정을 중시하는 중국은 탈북자를 불안정 세력으로 보고 있고,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 역시 북한을 압박해 급변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는 최근 미 외교전문 잡지인 ‘포린 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결의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유엔의 결의안은 내정간섭이며, 북한정권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내용 역시 반대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유엔은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은 채 반인도적 범죄를 가하거나 방치할 경우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다는 국제 보호책임 (R2P) 원칙에 근거해 북한인권 결의안을 해마다 채택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역시 7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 보고에서 고통 받는 북한 주민들을 외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유럽연합 측 대표 (에밀리아 가토 이탈리아 일등참사관)] “We cannot ignore the suffering of the people in DPRK…”

미 국무부의 톰 말리노스키 민주주의.인권.노동담당 차관보는 최근 대북 민간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은 최근의 유엔총회 결의안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말리노스키 차관보는 북한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분명히 달라졌다며, 북한 정권이 진정성 있는 인권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더 큰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