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VOA 김근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퍼거슨에서 흑인 청년을 총으로 쏴 살해한 백인 경관에게 불기소 결정이 내려지지,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전격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이란 핵협상 시한이 내년 6월로 재연장됐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미국 퍼거슨 시 소식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퍼거슨은 미국 중부의 소도시 인데요. 지난 8월 퍼거슨 시에서는 무장하지 않은 18살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관 대런 윌슨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사건에 대한 엇갈린 증언들이 나왔었는데요. 브라운이 두 손을 들고 저항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발의 총을 맞았다는 증언도 있었고, 브라운이 윌슨 경관을 공격하자 위협을 느낀 윌슨 경관이 총을 쐈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이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고요, 시민들로 구성된 대배심에서 조사 내용을 검토하고 윌슨 경관을 비롯한 증인들의 증언도 청취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윌슨 경관이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느껴서 총을 발사했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를 어제(24일)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을 공식 발표한 것입니다.
진행자) 불기소 결정이 내려진 후, 퍼거슨 시에서는 시위가 벌어졌죠? 현지 텔레비전 뉴스 중계 화면을 보니까 건물이 불 타고 상황이 꽤 심각한 것 같은데요?
기자) 10 곳 이상의 상점들과 경찰차를 포함해 여러 대의 자동차들이 불에 탔고요, 약탈을 당한 상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모두 분노한 시위대의 소행인지, 아니면 혼란을 틈타 시위대와 무관하게 저질러진 범죄도 있는 지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시위 장면을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봤는데요. 시위대가 지정된 시위 장소에서 벗어나 도로로 나오자,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대응했고요. 시위가 더욱 격해졌습니다. 어젯밤 20여명이 체포됐는데요. 경찰은 지난 8월 사건 발생 직후의 소요 사태 보다도 나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어제 시위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진행자) 현재는 시위가 잦아들었습니까?
기자) 네. 현재 퍼거슨 시는 25일 아침인데요. 아침까지 시위가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한편 어제 이곳 워싱턴과 뉴욕을 비롯해 미국 여러 주요 도시에서도 대배심의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대부분 평화적으로 진행됐습니다. 한편 퍼거슨 시에는 상대적으로 소규모이긴 하지만 윌슨 경관과 경찰들을 지지하는 시위도 벌어졌습니다. 양측의 충돌은 없었습니다.
진행자) 바락 오바마 대통령도 어제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 내용도 소개해주시죠?
기자) 오바마 대통령은 어제 대배심 결정이 나온 직후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가장 먼저 미국은 법치국가이며, 대배심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요. 또 모든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배심 결정에 동의하는 국민도 있고, 그렇지 않은 국민도 있고, 분노마저 느끼는 국민도 있을 줄 안다면서, 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지만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결국 앞서 말씀드린대로 어제 퍼거슨 시에서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고 방화와 약탈도 벌어졌습니다.
진행자) 대배심 결정으로 돌아가서요, 앞서 잠시 말씀하셨지만 윌슨 경관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이유는 뭡니까?
기자) 브라운이 자신을 공격했고, 그래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윌슨 경관의 주장을 받아들인 건데요. 공개된 윌슨 경관의 증언은 이렇습니다. 윌슨 경관은 사건 당일 흑인 청년이 담배를 훔쳐갔다는 가게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요. 이 청년은 숨진 브라운이었습니다. 윌슨 경관은 가게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담배 꾸러미를 들고 걸어가는 브라운과 친구를 만납니다. 윌슨 경관이 브라운에게 정지하도록 요구하고 차에서 내리려고 했지만, 브라운이 문을 막고 자신의 얼굴을 쳤고요, 총을 꺼내자 뺏으려고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총을 발사했는데요. 윌슨 경관은 사건 직후 촬영한 사진을 대배심에 제출했는데, 얼굴에 구타로 인한 상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무장하지 않은 브라운에게 총을 발사한 것은 정당방위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잖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브라운은 윌슨 경관이 차 안에서 발사한 총을 맞고 사망한 것은 아닙니다. 이후 경찰차에서 달아났는데요. 윌슨 경관이 정지하고 땅에 엎드릴 것을 요구했지만, 브라운이 돌아서서 자신에게 다가왔다는 겁니다. 그래서 다시 여러 발의 총을 발사했고 브라운은 사망했습니다. 이 모든 게 1분 30초 안에 벌어진 일들입니다. 브라운 측 증인들은 브라운이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윌슨 경관을 향했다면서, 이는 무장하지 않았다는 표시이며 총을 쏴서는 안됐었다는 주장인데요. 하지만 대배심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브라운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윌슨 경관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진행자) 브라운의 가족들은 대배심 결정에 대해 어떤 반응입니까?
기자) 브라운의 가족은 당초 윌슨 경관을 살인죄로 기소할 것을 요구했었는데요.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이 나오자, 크게 실망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지역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는데요.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다른 사람의 재산을 파괴해서는 안된다면서, 비폭력 시위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것은 검찰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로 이뤄진 대배심인데요. 대배심 제도에 대해서도 좀 설명해주시죠?
기자) 미국에는 배심 제도가 있는데요. 일반 시민이 재판에 참여하는 겁니다. 일반적인 배심원은 소배심인데요. 검찰이 기소를 하면 배심원들이 범죄의 유무를 판단합니다. 유죄인 경우에는 판사가 형량을 결정하죠.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같은 대배심 재판에서는 배심원이 범죄의 유무 이전에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데요. 보통 열 명 정도인 소배심 보다는 인원이 많은 스무 명 정도로 구성되기 때문에, 영어로 'Grand Jury', 대배심이라고 부릅니다. 검찰은 대배심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이번 사건의 조사 내용을 모두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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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미국 소식 하나 더 알아보겠습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전격 사임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어제(24일) 전격적으로 사임 발표가 나왔는데요. 백악관에서 바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당사자인 척 헤이글 장관이 참가한 가운데 사임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진행자) 기자회견에서 사임 이유를 밝혔나요?
기자) 헤이글 장관이 사임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습니다. 기자회견에서는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 그리고 미국의 모든 군인과 국방부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는데요. 미국의 국방장관으로 일한 것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영광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국제사외의 여러 안보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했고, 국방부의 개혁을 진행했다는 것을 업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발언을 했나요?
기자) 오바마 대통령은 헤이글 장관이 지난달 자신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는데요. 헤이글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2년 남은 시점에서 자신이 물러나야 할 때라는 의사를 전달했고, 자신도 이를 받아들였다는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척 헤이글 장관이 국방장관으로서 뿐만 아니라, 베트남 참전용사와 상원의원으로서 미국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갑자기 사임하는 배경에 대해서, 미국 언론들은 헤이글 장관과 백악관과의 불협화음을 지적하고 있더군요?
기자) 헤이글 장관은 현 오바마 행정부 각료 가운데 유일하게 공화당 출신입니다. 특히 이슬람 무장단체 ISIL 대응 작전 등을 놓고 백악관과 갈등을 빚은 것로 알려졌었는데요. 앞서 헤이글 장관이 미국의 ISIL 대응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편지를 백악관에 보낸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었죠. 당시 헤이글 장관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처리하는 데 대한 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었습니다. 미국의 여러 주요 언론들은 헤이글 장관이 백악관 안보팀과 갈등이 있었고, 결국 밀려서 물러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후임 국방장관은 정해졌나요?
기자)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헤이글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후임 장관을 지명해 상원 인준을 받을 때까지는 자리를 지킬 예정인데요. 후임으로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잭 리드 상원의원, 애슈턴 카터 전 국방부 부장관 등을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강행한 후 의회 공화당 지도부와의 관계가 악화된 상태기
때문에 상원 인준이 매우 어려운 과정이 될 거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엔 이란 핵협상 소식입니다. 어제가 협상 타결 최종 시한이었고, 저희가 협상 시한이 재연장될거란 분위기를 전해드렸는었는데, 결국 그렇게 됐군요.
기자) 네. 어제(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최종 협상에서 극적인 타결에 실패했지만, 계속 협상을 이어나가는 데는 합의했는데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내년 3월 1일까지 정치적 합의를 이뤄내고, 6월 안에 포괄적인 합의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어제 기자회견 분위기가 어둡지는 않더군요?
기자) 원래 시한까지 타결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협상 과정을 통해 진전이 있었다는 점에 당사국들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케리 장관은 이란이 선의와 진정성을 갖고 협상에 임했다고 평가하면서, 지난 며칠간 이룬 진전을 고려할 때 협상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이번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요?
기자) 네. 로하니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협상을 통해 당사국들의 이견이 많이 좁혀졌다고 말했습니다 또, 앞으로 추가 협상이 최종 합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 이란이 서방의 요구에 굴하지 않고, 협상을 이어가기로 한 데 대해, 이란이 의미 있는 승리를 이뤄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는데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서방이 이란을 무릎꿀리려고 했지만 실패했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이란에서는 협상 시한이 연장된 것을 외교적인 승리로 묘사하고 있군요?
기자) 네. 한편 미국 의회 일각에서는, 이란이 시한 내 핵 문제 해결에 실패한만큼 그동안 보류했던 추가 제재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는데요. 이와 관련해 조쉬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 제재는 비생산적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미국이 독자적으로 제재에 나선다면, 나머지 협상국들과 불협화음을 낼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요. 현재 이란 핵협상에는 이란 외에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보리 5개국과 독일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협상은 언제 재개됩니까?
기자) 다음달 오스트리아 빈이나 오만에서 재개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