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어제(30일)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안한 가운데, 북한이 통일준비위원회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류길재 한국 통일부 장관은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회담 제의에 응할 것을 북한에 거듭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제의한 남북회담은 새해 남북관계의 전기를 마련하고, 한국 정부와 대통령이 뜻을 갖고 추진하는 통일 준비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류 장관은 30일 통일준비위원회 정부위원 협의체 2차 회의에서 이 같이 말하고 이번 회담 제의는 남북관계를 풀어가자는 진정성을 담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은 틀과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한국 정부의 제의를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회담 제의에 대해 북한은 30일 오후까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다만 관영매체를 통해 한국 정부가 대화 주체로 내세운 통일준비위원회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30일자 사설에서 한국 정부가 체제 대결의 책동을 본격화할 기도로 대통령 직속의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었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습니다.
또 체제 대결을 고착화하는 통일헌장을 고안하고 직접 주도한 것은 한국 정부의 집권자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비난했습니다.
북한이 한국 정부의 대화 제의 하루 만에 통준위와 박 대통령을 거칠게 비난하고 나선 것은 한국 정부의 진정성을 시험하는 일종의 탐색전이라는 분석입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통준위가 북한이 우려하는 흡수통일이나 체제통일 기구가 아니라는 점을 만나서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남북 간에 실질적으로 협의가 가능한 쉬운 문제부터 풀자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며 5.24 제재 조치나 북 핵 등의 현안 문제는 별도의 당국 간 회담을 통해 협의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회담 상대로는 북한에서 실질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인사가 나와야 한다며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언급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한이 남북 정당이나 사회단체 연석회의와 같은 포괄적인 대화로 역제안할 가능성에 대해선 통준위가 대통령 직속의 민관 협업기구로서의 대표성을 가진 기구인 만큼 북한이 주장하는 연석회의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준위 위원은 한국 정부가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있는 통준위를 새로운 남북대화의 주체로 제안한 것은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대화 제의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북한 역시 남북대화의 필요성이 있는 만큼 대화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