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가 한국에서 연일 화제입니다. 남북간 최고위급 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경제 부문과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했는데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신년사를 하는 김정은의 눈길과 동작이 지난해보다 더 어색해 보였다.”
“김일성은 연설할 때 세련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김정은은 마치 토론준비 없이 연단에 나선 학생을 보는 것 같았다.”
“새해 신년사 원문이 너무 길어서 어떻게 외워야 할 지 걱정부터 앞선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를 들은 북한 내 주민들의 반응입니다.
한국의 ‘데일리 NK’가 2일 북한 내부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부정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한국에 온 탈북자들은 신년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북한 고위 간부 출신 탈북자 이모 씨는 또 다시 북한 집권층이 주민들에게 고통의 동참을 호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고위 간부 출신 탈북자 이모 씨] “올해도 별 희망은 안 보이네. 왜냐면 ‘백두의 칼바람 정신’이 있어요. 그런 소린 이제까지 없었던 소리인데 일반 주민들이 듣건데 올해는 더 힘들어지겠네 하는 감을 주거든요. 백두의 혁명정신으로부터 시작된 게 백두의 칼바람 정신까지 나왔으니까 오죽하겠냐 생각이 들잖아요.”
이 씨는 또 남북 간 최고위급 회담 개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북한의 신년사는 최고위급 회담과 관련해 조건부적으로 말했으므로 분위기나 환경에 따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는데, 한국 정부나 언론이 앞서 가서는 곤란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씨는 북한 당국이 요즘은 주민들에게 신년사 전문을 암기하는 것 대신 노동당 선전선동부에서 내려온 신년사 요약문을 익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탈북자 북송 반대운동을 하는 또 다른 탈북자 김모 씨는 북한이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김모 씨] “인민의 편에 선, 인민의 입장에서, 인민의 정치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마지막에 꼬리에다가 당의 유일사상체계 아래 이렇게 이야기 했어요. 그건 한마디로 인민을 위하는 길이 아니고 김정은 우상에 인민이 복종해야 된다는 것과 같은 거예요.”
김 씨는 또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모방해서 할아버지처럼 폭넓은 정치를 열어갈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북한 주민들을 유일사상체계에 묶어 두고서는 북 사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어렵다고 지적한 김 씨는 북한의 집권층이 아닌 주민들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씨는 북한의 신년사를 대하는 한국인들과 탈북자들의 온도차이가 너무 크다면서 매년 같은 말을 하고 있는 북한 신년사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