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0일 새해 국정연설 내용을 VOA 김근삼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중산층 살리기'에 초점을 맞췄죠?
기자)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어제(20일) 오후 9시에 워싱턴 의회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새해 국정연설을 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매년 1월 국정연설을 통해 한 해의 국정 운영 방향을 제시하는데요. 어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몇 년간 미국이 이룬 경제적 성과를 평가하면서, 이제 중산층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펴는 데 정치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습니다.
진행자) 저도 어제 국정연설을 봤는 데, 경제 문제를 어느 때보다 많이 언급하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09년 초에 취임했으니까, 취임 연설을 포함해서 어제가 여섯번째 신년 연설이었는데요. 어느 때보다 경제 문제에 많은 비중을 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6년 전 금융위기로 촉발된 혹독한 불황과 오랜 전쟁을 뒤로하고, 이제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넘기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경제 지표들도 언급했습니다. 몇 가지만 소개해드리면, 지난 2010년 이후 미국에서는 1천1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는데, 이는 유럽과 일본 등 모든 선진경제를 합친 수치보다도 많았고요. 또, 미국의 무역 적자 규모가 3분의 2로 줄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특히 미국 경제는 1999년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이제는 중산층 살리기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소수가 아닌 미국인 다수가 혜택을 누리는 경제 정책을 펴야 한다면서, 정치권이 힘을 합쳐서 중산층 살리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위해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제안했습니다. 상위 1%의 부유층에게 그에 걸맞는 세금을 물려서 그 돈을 더 많은 가정이 자녀 보육이나 교육에 쓰도록 하자고 말했습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앞서, 한 해 50만 달러 이상을 버는 부유층의 자본 소득에 대한 최고세율을 23.8%에서 28%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5백억 달러의 추가 세수가 예상되는데요. 백악관은 이를 중산층과 저소득층 지원에 쓴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런 부유층 증세는 그동안 공화당에서 반대해온 사안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올해부터 공화당이 의회 상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이 됐기 때문에, 실제 부유층 증세를 추진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이는데요. 어제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대해 공화당의 공식 반응을 내놓은 조니 언스트 상원의원은 오바마 정부의 실패한 경제 정책으로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의 소득이 정체돼있거나, 일자리를 잃었다면서, 부유층 증세도 실질적인 해결책이라기 보다는 정치적인 제안으로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와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했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어제 국정연설에 대해 지도력 보다는 정치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롬니 전 주지사는 최근 내년도 대통령 선거에 다시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한편 민주당의 대선 잠재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인 모두를 위한 경제 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면서, 이제 중산층을 위해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 외에 또 어떤 내용들을 언급했습니까?
기자) 외교와 교육, 기후변화 대응, 국가안보 등 여러 의제를 다뤘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경제 문제에 가장 큰 시간을 할애했는데요. 총 연설 시간 60분 중 경제가 25분, 외교는 10분, 교육과 기후변화가 6분, 국가안보에는 2분 정도 할애하는 데 그쳤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국정연설에서는 경제보다 외교 문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었습니다.
진행자) 외교 정책과 관련해 어떤 발언을 했습니까?
기자)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력과 강한 외교력을 결합한 '현명한 지도력'을 제시했는데요. 중동에서 다른 전쟁에 발을 담그는 대신, 테러 집단을 분쇄하는 데 아랍권을 포함한 광범위한 연합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란 핵 문제도 언급했는데요. 현재 핵 문제 타결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인만큼, 협상이 종료될 때까지는 의회가 추가 제재를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의회가 추가 제재를 결의한다면 대통령의 권한으로 거부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전격 발표했던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에 대해서도 언급했죠?
기자)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에 대한 미국의 정책 변화는 중남미에서 미국에 대한 불신을 없애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어제 국정연설에는 미국과 쿠바의 관계정상화를 통해 쿠바에 간첩혐의로 억류됐다가 풀려난 앨런 그로스 씨도 참석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이름을 거론하자, 주먹을 불끈 쥐면서 환호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어제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더군요?
기자) 지난해 국정연설에 이어 올해도 북한이란 단어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이버 안보와 관련해, 어떤 외국이나 해커도 미국의 인터넷망을 봉쇄하거나 기업의 영업 비밀을 훔치거나, 미국 가정, 특히 아동의 사생활을 침범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테러리즘과 마찬가지로 사이버 위협과 싸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소니 해킹 사태나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진행자) 경제와 외교 외에 다른 현안들 중에는 또 어떤 발언들이 눈에 띕니까?
기자) 교육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이 2년제 커뮤니티대학 학비를 무료로 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요. 실현된다면 미국의 무료 공교육의 범위를 고등학교 까지에서 대학교 까지 확대하는 획기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도 앞으로 10년간 6백억 달러 가까운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의회 공화당의 반대가 예상됩니다. 미국이 지구 온난화에 대응한 국제 사회의 노력을 더욱 주도해나가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 이어 국민을 상대로한 정책 설명에 나선다고요?
기자) 네. 오늘부터 이틀간 아이다호와 캔자스 주를 방문해 미국민을 상대로 자신의 정책 구상을 직접 설명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대로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의 여러 정책에 반대하고 있어서, 정치권의 공방이 한층 거세질 전망입니다. 공화당 조니 언스트 상원의원은 어제 공화당 공식 반응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오히려 정치권의 협력을 위한 노력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