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압둘라 국왕 타계, 살레 국왕 즉위...미-쿠바 국교정상화 첫 실무협상 종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VOA 김근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이 오늘 타계하고 살만 왕세제가 왕위를 이어받았습니다. 예멘 반군이 수도를 점령한 데 이어 대통령이 사퇴를 선언하면서,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첫 고위급 실무협상이 종료됐습니다. 구체적인 합의는 없었지만,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는 평갑니다.

진행자) 오늘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 타계 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사우디 왕실은 오늘(23일) 오전 1시 압둘라 국왕이 타계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압둘라 국왕은 지난달 31일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고, 올해 아흔살이었습니다. 왕실은 압둘라 국왕 타계 소식과 함께, 살만 왕세제가 왕위를 이어받는다고 밝혔는데요. 살만 국왕은 타계한 압둘라 국왕의 이복동생이며 올해 일흔아홉살 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초대 압둘아지즈 국왕의 유언에 따라 장자가 아닌 형제가 왕위를 이어받아왔습니다. 살만 국왕은 1932년 압둘아지즈 국왕이 세운 알사우드 왕가의 7번째 국왕이 됐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이미 살만 국왕의 왕위 계승이 예정돼있었던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1순위 왕위 계승자인 살만 왕세제가 새 국왕에 오르면서 부왕세제였던 예순아홉살의 무크린 왕자가 왕세제가 됐고요. 새 부왕세자에는 무함마드 내무장관이 책봉됐습니다. 무함마드 내무장관의 부왕세자 책봉은 앞으로 사우드 왕가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왕위는 장자 상속이 아니라 형제 상속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왕세제가 된 무크린 왕자는 살만 국왕의 가장 어린 이복동생으로 계속해서 형제상속이 이뤄지는 겁니다. 그런데 부왕세자인 무함마드 왕자는 올해 쉬흔다섯살의 이복조캅니다. 따라서 처음으로 다음 세대의 왕자가 2순위 왕위계승자가 된 것이죠.

진행자) 살만 국왕은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압둘아지즈 초대 국왕의 여덟번 째 부인인 하사 알 수다이리 사이에서 태어난 7명의 아들 중 한 명인데요. 이들은 '수다이리 세븐'으로 불리면서 사우디 왕실의 중추 세력으로 꼽혀왔습니다. 제일 위인 파흐드는 지난 1982년부년 2005년 까지 국왕을 지냈고요, 나머지 형제들도 국방장관 등 요직을 맡았습니다. 살만 국왕은 수다이리 7형제 중 다섯번 째로 1935년에 태어났습니다.

진행자) 국왕으로 즉위하기 전에는 어떤 직책을 맡았었습니까?

기자) 살만 국왕은 1963년부터 지나 2011년까지 48년 간이나 리야드 주 주지사를 지냈는데요. 이 기간 동안 리야드 주의 주도인 리야드는 중소규모의 도시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도시로 성장했습니다. 또 서방 투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주력했는데요. 서방과의 지정학적, 경제적 관계를 중요시했다는 평갑니다. 국왕 즉위 전에는 부총리와 국방장관을 지냈는데요. 이 기간 동안 미국을 방문해서 바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기도 했고요. 압둘라 국왕의 건강이 악화된 지난 몇 달 동안에는 주요 행사에 사우디 대표로 참석해왔습니다.

진행자) 아까 왕세제에 이복동생, 부왕세제에 이복조카를 임명했다고 했는데, 왕실의 혼란을 막기 위한 거란 분석도 있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살만 국왕이 친 동생이 아닌 이복동생을 다음 왕위계승자로 지목했기 때문인데요. 자신의 아들인 무함마드 왕자는 국방장관에 임명했습니다. 한편 외무와 석유, 재무 장관 등은 유임시켰습니다.

진행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 정세와 세계 석유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요. 새 국왕 취임으로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되는데요?

기자) 살만 국왕은 오늘 사우디 국영 텔레비전을 통해 대국민 연설을 했는데요. 선왕의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살만 국왕은 전임 국왕들의 정책을 이어받을 것이라면서, 압둘아지즈 초대 국왕에 의해 건국된 이후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책에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국제 유가 하락과 중동 지역에서 극단주의 세력의 득세, 또 인접국 예멘의 정치적 혼란 등 여러가지 어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새 국왕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타계한 압둘라 국왕은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든든한 동맹이었는데요. 미국 언론들은 압둘라 국왕이 매우 민감한 시기에 타계하면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압둘라 국왕 타계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압둘라 국왕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압둘라 국왕은 지역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지도자였다고 밝혔습니다. 또 두 나라의 밀접하고 굳건한 동맹 관계는 압둘라 국왕의 업적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웃 국가인 예멘 소식입니다.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를 장악한 후 권력분점을 요구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었는데, 결국 하디 대통령이 사퇴를 발표했군요?

기자) 네. 예멘 정국이 더욱 극심한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는데요. 앞서 후티 반군은 예멘 수도 사나를 장악한 후 쿠데타라는 지적은 거부하면서, 현 과도정부와의 권력분점을 요구했었습니다. 하지만 압드라무 반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이 더 이상은 평화적 권력 이양의 목적을 이룰 수 없는 상태라면서 전격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예멘은 지난 2012년 시민 혁명을 30년 독재자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축출됐고요. 이후 하디 대통령이 평화적 권력 이양을 위한 과도정부 수장을 맡았었는데요. 반군이 다시 수도를 장악하면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겁니다. 예멘 내각도 앞서 총사퇴를 선언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후티가 요구한 권력분점은 불가능하다는 거군요?

기자) 후티 반군은 이슬람 시아파 분파인 자이드파입니다. 그리고 하디 대통령은 남부 수니파 지역을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고요. 후티 반군은 그동안 과도정부가 추진 중인 새 헌법이 남부 수니파에 유리한 불공평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불만을 표해왔고요. 이번 주 수도 사나를 공격해서 대통령궁과 총리관저, 군시설 등을 장악했습니다. 하디 대통령의 숙소 주변도 정부군이 아닌 반군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후티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정부에 권력분점을 요구하고 새 헌법 추진도 중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한편 오늘 예멘 의회는 하디 대통령의 사퇴를 거부했는데요. 예멘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 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진행자) 하디 대통령이 사임하면 어떻게 되는겁니까?

기자) 권력 공백으로 북부 시아파 세력과 남부 수니파 세력 사이의 전면적인 내전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남수 수니파 지역에서는 분리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요. 앞서 반군의 수도 사나 장악에 반발해 주요 도시 아덴의 공항과 항구를 폐쇄한데 이어, 아덴을 포함한 4개주 경찰과 군대에는 정부군 명령이 아니라 주지사 명령을 따르라는 지시도 내려졌다고 합니다.

진행자) 앞서 후티 반군이 사나를 장악한 배후에는 축출된 살레 전 대통령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기자)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까지 점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축출된 살레 전 대통령이 있다는 건데요. 살레 전 대통령은 후티 반군과 같은 자이디파인데요. 예멘 군과 경찰에 여전히 살레 전 대통령 추종 세력이 남아있고, 후티 반군이 사나까지 남진하는 데도 정부군의 저항이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후티 반군은 경제난 등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특히 북부에서 남부 출신인 하디 대통령이 불공평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불만이 높아지면서 세력을 키웠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도 예멘 수도 사나의 사태를 심각한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는데요?

기자) 예멘에는 미국 대사관이 있고 미군 병력도 주둔하고 있는데요. 예멘 정부는 미국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ISIL에 대응한 군사 작전을 주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중동 협력국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예멘의 현 정부가 무너진다면, 미국의 ISIL 대응 작전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데요. 한편 현지 미국 대사관은 계속 문을 열고 일반 영사 업무 등도 지원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사태가 더욱 악화될 것에 대비해, 철수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까지는 사나의 예멘 정부군이 미국 대사관에 대한 경호를 지원했지만, 현재는 반군이 사나를 점령한 상태인데요. 특히 예멘은 알카에다 아라비아 지부가 있는 곳이서어, 미국인에 대한 테러 우려도 있습니다. 알카에다 아라비아 지부는 얼마전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언론사 테러의 배후임을 주장한 단체입니다.

진행자) 이번엔 미국 소식입니다.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를 위하 첫 고위급 실무협상이 끝난는데요. 결과가 어떻습니까?

기자) 예상됐던대로 첫 협상에서 구체적인 합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 제재 해제 등 장기적인 의제는 물론이고 대사관 개설 같은 단기적인 의제에 대해서도 양측의 견해 차이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양측 모두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고요, 또 추가 협상을 열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양측의 입장이 어떻게 달랐습니까?

기자) 저희가 어제도 전해드렸지만 미국의 쿠바 난민에 대한 이민 정책, 또 쿠바의 인권 상황 등에 대해 양측이 치열하게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우선 쿠바 정부는 미국이 쿠바 난민에 대한 특혜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는데요. 미국은 그동안 쿠바인들에 대해서는 특혜를 주고 있는데요. 어떤 방법으로든 일단 미국 땅에 들어온 쿠바인에 대해서는 범죄 기록 등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거의 예외 없이 미국에 계속 체류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습니다. 쿠바 정부는 미국의 이민 정책이 쿠바인들의 이탈을 부추긴다고 우려하고 있는데요. 쿠바 대표는 쿠바인들이 미국으로 가기 위해 무모하게 플로리다 해협을 건너면서 사고의 위험이 크고, 또 불법적으로 미국에 간 쿠바인들이 인신매매 등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기존의 정책에 변화가 없을 거란 입장이었습니다.

진행자) 인권 문제는 어떤가요?

기자) 미국 의회 등에서는 쿠바의 인권 개선에 맞춰 쿠바와의 국교정상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습니다. 미국 협상단도 이번 협상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쿠바 정부는 인권 문제는 의제가 아니며, 미국의 내정 간섭을 거부한다며 단호한 입장입니다.

진행자) 대사관 개설은 그래도 좀 용이한 문제 아닌가요?

기자) 네. 그래서 미국 정부도 대사관 개설을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분위기인데요. 현재 아바나에 있는 미국 이익대표보를 일단 대사관 건물로 쓴다는 계획이고요. 대사관을 열면 국교정상화 가정에도 가속도가 붙을 거란 기대였습니다. 그런데 쿠바 측은 대사관개설에 앞서 미국의 자국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미국 국무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로 지정 해제를 검토 중입니다.

진행자) 다음 협상은 어제 열립니까?

기자) 양측이 다시 협상을 갖기로 했지만, 다음 일정을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미국과 쿠바 정부 모두 국교정상화 과정은 길고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앞서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지난달 역사적인 국교정상화를 선언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50여년의 대 쿠바 봉쇄 정책은 실패했고, 이제 새로운 관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었습니다. 이후 미국은 쿠바에 대한 일부 무역 규제와 여행 제한을 완화했고, 쿠바는 미국이 지목한 정치범들을 석방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