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월과 8월에 각각 개최하려던 국제 태권도 행사 두 건을 에볼라 바이러스 차단을 이유로 전격 취소했습니다. 올 하반기까지도 외국인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건지, 북한 당국의 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이 에볼라 방역을 이유로 봄뿐 아니라 늦여름으로 잡힌 국제 행사까지 취소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의 김승환 사무총장은 27일 ‘VOA’에 4월 11일 열릴 예정이었던 태권도 창설60주년 기념식과 8월24일로 잡힌 제19차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가 모두 취소됐다고 밝혔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시행해 온 외국인 입국금지 조치가 당초 방침보다 길어질 것으로 예상돼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에 따라 태권도 창설 60주년 기념식은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 등 다른 개최지를 물색 중이며,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 역시 불가리아의 플로브디브 시로 변경됐습니다.
앞서 불가리아는 지난 2013년 제18차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한 바 있어, 이례적으로 2회 연속 대회를 치르게 됐습니다.
북한 조선태권도위원회 김경호 위원장은 지난 23일 ITF 장웅 총재 앞으로 보낸 공문에서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에볼라 차단을 위한 방역 조치로 두 행사를 주최하지 못하게 돼 유감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 총재도 26일 태권도 창설60주년 기념식 수상자 전원에게 서한을 보내 행사 취소 소식을 통보했습니다. 그러면서 ITF 규약에 따라 23일 집행위원회 긴급 회의를 소집했고, 25일 투표를 거쳐 제19차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를 불가리아의 플로브디브 시에서 열기로 확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당초 4월과 8월 두 행사를 잇따라 개최해 태권도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특히 4월 행사 때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태권도인들이 평양에서 대규모 기념행사를 진행한 뒤 비무장지대를 거쳐 한국으로 입국해 제주도까지 내려가는 남북한 종단 퍼포먼스를 추진 중이었습니다.
이 행사를 기획해 온 미국 ‘태권도타임스’ 잡지의 정우진 대표는 이번 취소 소식에 큰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정우진 ‘태권도타임스’ 대표] "태권도를 매개로 남북한을 연결하고 싶어서 이번 행사를 상당히 오랫동안 열심히 준비해 왔는데 갑작스럽게 취소 통보를 받아서 저 뿐 아니라 상당히 많은 태권도인들이 굉장히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 결정으로 북한이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언제 해제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말 미국의 북한 전문 여행사에 1월 중 국경을 다시 개방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가 올해 초 이를 철회하면서, 오는 4월12일 열리는 평양마라톤대회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참가가 허용될 것이라고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월 이후에 열리는 대규모 국제 태권도 행사들까지 줄줄이 취소해 일반 외국인 관광 일정의 향방 역시 불투명하게 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27일 현재 북한 전문 여행사들에게 아직 평양마라톤대회의 취소 여부를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