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네스티, 북한인권 고발 기록영화 공개

앰네스티 인터네셔널이 제작한 북한 인권 고발 영화 '또 다른 인터뷰(The Other Interview)'에서 탈북자 박지현 씨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영국에 거주하는 탈북자 박지현 씨가 국제 인권단체가 제작한 기록영화에 출연해 북한의 인권 참상을 고발했습니다. 박 씨는 인신매매와 강제북송, 노동교화소 실상 등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증언했는데요,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기록영화를 제작해 공개했습니다.

지난 주말, 미국 코미디 영화 ‘인터뷰’의 영국 개봉에 맞춰 공개된 이 기록영화의 제목은 ‘또 다른 인터뷰’입니다.

영화 ‘인터뷰’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다룬 코미디인 반면, `또다른 인터뷰'는 탈북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기록영화입니다.

[녹취: 박지현]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이 손만 이렇게 하는 거예요, 가라고. 아버지 돌아가시는 것도 못 보고 그 찬 방에 혼자 눕혀두고 쌀 한 공기 옷 한 벌 남겨 두고 북한을 떠났거든요…”

현재 영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 박지현 씨는 죽어가는 아버지를 홀로 남겨두고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건너갔지만, 중국 생활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중국 돈 5천 위안에 인신매매돼 중국 남성과 결혼한 뒤 아들을 낳고 6 년을 중국에서 살았지만 결국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겁니다.

아들과 헤어져 홀로 강제북송된 박 씨는 청진시 송평에 있는 노동교화소로 보내졌습니다.

박 씨는 노동교화소에서 매일같이 새벽부터 한 밤중까지 강제노동에 시달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아침 4시 반부터 시작되거든요. 밥 먹기 전에 식전 작업을 하고, 저녁에는 여름 같은 경우 8시 9시까지, 아무튼 땅이 시커매져야 일이 끝나거든요. 그런데 일이 끝나고 들어와서는 또 밥 먹고 자는 것이 아니라 생활총화를 하거든요.”

박 씨는 노동교화소 뿐아니라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감옥이라고 비판하면서, 사람들이 너무 굶주려서 심지어는 들쥐나 뱀, 풀뿌리 조차 남아있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노동교화소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파상풍에 감염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박 씨의 상태가 악화돼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심지어는 걸을 수 조차 없게 되자 박 씨를 석방했습니다.

풀려난 박 씨는 중국에 두고 온 아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 인신매매를 통해 중국으로 건너갔습니다.

박 씨는 다행히 중국에서 자신의 처치를 딱하게 여긴 사람들의 도움으로 아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중국에서 살 수 없다고 결심한 박 씨는 아들과 함께 몽골 국경을 넘었습니다.

박 씨는 이 과정에서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녹취: 박지현] “누군가가 막 뛰어와서 저희 아들 업고 제 손 잡고 막 뛰어가서 두 번째 철조망 끊고 그렇게 해서 저희가 몽골까지 넘어갔거든요. 몽골 국경을 넘어서 쳐다보니까 저희한테 밥도 사다주고 하던 그 사람이었더라고요.”

마침내 중국을 탈출하는데 성공한 박 씨는 지난 2008년 영국 맨체스터에 정착했습니다.

박 씨의 증언을 담은 15분 분량의 기록영화 ‘또 다른 인터뷰’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인터넷 웹사이트와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공개됐습니다.

특히 `가디언'과 `텔레그라프' 등 영국 언론들이 미국 코미디 영화 ‘인터뷰’의 영국 개봉에 맞춰 공개된 이 기록영화를 소개하면서 공개된 지 며칠 만에 조회수 5 만을 넘어가는 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박 씨는 유럽의 북한 인권단체인 북한인권 유럽연합의 간사로 활동하며, 영국 의회와 대학 등에서 북한인권 실태를 증언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박 씨는 지난 2013년 10월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가 런던에서 개최한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에서 인신매매에 희생돼 아들을 낳은 뒤 북송돼 가혹한 처벌을 받은 사연을 증언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