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금 밀반입 북한 외교관 추방

방글라데시 하즈라트 샤흐잘랄 국제공항 (자료사진)

방글라데시 정부가 금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북한 외교관을 추방했습니다. 북한은 방글라데시 정부에 사과하고 해당 외교관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방글라데시에 주재하는 북한 외교관이 금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돼 추방 조치됐습니다.

`AFP 통신' 등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외교부는 9일 방글라데시 주재 리송현 북한대사를 소환해서 이번 사건을 저지른 손영남 경제담당 참사관을 72시간 안에 추방하라고 통고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본국에서 손 참사관을 기소하고 관련 후속 조치를 알려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방글라데시 외교부는 앞으로 또다시 북한 외교관이 범죄에 연루되면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리송현 대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적절한 조치를 약속했으며, 손 참사관은 지난 8일 방글라데시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글라데시 당국은 앞서 지난 5일 밤 하즈라트 샤흐잘랄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손 참사관의 가방에서 총 27kg 무게의 금괴 170 개를 적발했습니다. 이 금괴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백4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손 참사관은 당시 자신의 가방 내부를 보여주길 거부하다 공항에서 10 시간의 조사 끝에 외교관 면책특권으로 풀려났고, 금은 압수됐습니다.

싱가포르를 출발해 방글라데시에 입국한 손 참사관은 자신이 공무로 싱가포르를 방문했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는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최근 금 밀수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방글라데시 세관에 따르면, 지난 22개월 간 약 1t의 금이 밀반입됐습니다. 이전 5년 간 밀반입 된 규모가 15kg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급격히 늘어난 것입니다.

금은 주로 중동국가들에서 방글라데시로 밀반입 된 뒤 다시 4천km 길이의 국경을 통해 인도로 반출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도에서는 금에 관세를 많이 물리기 때문입니다.

한편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금과 마약, 무기를 전세계로 밀수한다며 마피아 범죄조직과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외교 면책특권을 악용해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서 김 씨 일가를 부유하게 만들고 보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포린 폴리시'는 노동당 39호실이라는 북한의 비밀조직이 해외 불법행위를 총괄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달러화 위조에 집중했지만 최근엔 필요에 따라 불법활동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이 주재국에서 불법행위로 적발된 것은 이 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3년 1월 파키스탄에서 북한 외교관들이 12만 달러 상당의 의약품 7백kg을 항공화물로 들여오려다 적발됐습니다. 북한대사관은 당시 공관 운영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외교관 면세특권을 이용해 밀수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같은 해 카라치에서도 주류밀매 활동을 벌이다 적발됐습니다. 카라치의 북한 무역참사부 주재원들이 외교관 특권을 이용해 술을 싼 값에 구입한 뒤 현지 주민과 외국인들에게 팔아온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 외교관들과 관리들, 무역대표부 직원들이 무기와 관련 물자, 미사일 관련 품목 등 금수조치 대상 품목의 거래에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