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일본과의 정부 간 대화 중단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조총련 의장 자택 압수수색과 대북 인권 압박을 문제 삼았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일 북한이 일본의 엄중한 정치적 도발과 국가주권 침해 행위와 관련해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측에 통지문을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일본 정부의 조총련 압수수색과 대북 인권 압박을 거론하면서, 이런 상태에서는 북-일 정부 간 대화도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일본 경찰의 조총련 압수수색을 `전대미문의 국가주권 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에 해명과 사죄를 요구했습니다.
앞서 일본 경찰은 지난달 26일 북한산 송이버섯의 불법 수입에 연루된 혐의로 허종만 조총련 의장과 남승의 부의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일본에서 사실상 북한대사관 역할을 하고 있는 조총련은 압수수색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향후 북-일 관계 악화는 전적으로 일본 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일본에 보낸 통지문에서 대북 인권 압박도 문제 삼았습니다. 일본이 일본인 납치 문제를 양자 관계에서 해결하기로 한 합의를 어기고 유엔에서 이 문제를 주요 사안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신뢰를 저버렸다는 주장입니다.
일본은 지난해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에 앞장서고 지난달에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외국인 납치 문제를 포함한 북한인권 결의안을 제출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통지문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익명의 관리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외무성 간부는 일본 ‘NHK’방송에 중국주재 대사관을 통해 북한 측으로부터 관련 통지를 받았다며, 일본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로서는 북한에 대해 납치 피해자 재조사 결과를 신속하게 통보하라고 요구하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또 다른 외무성 간부는 이번 통지문과 관련해 북한 측에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지지통신’은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북한이 조총련 압수수색을 납치 문제 재조사 결과 통보를 지연시킬 구실로 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통신은 북한이 재조사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일본 정부 내 일부 낙관론이 이번 통지문을 계기로 힘을 잃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