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열린 평양 국제마라톤 대회에 대한 서방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특히 제한적이나마 외국인들과 북한 주민들이 접촉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올해 대회에는 지난해 보다 3 배 많은 650 명의 외국인이 참가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신문은 17일 올해 열린 ‘만경대상 국제마라톤 대회’에 직접 참가한 자사 기자의 경험담을 실었습니다.
이 대회의 42km 풀코스를 달린 `뉴욕타임스'의 주레 롱맨 기자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나라 가운데 하나인 북한이 평양마라톤을 통해 잠시 열렸다며, 마라톤 코스를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1~2 시간에서 4 시간까지 감시원들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참가 외국인 선수들과 북한 주민들 간의 접촉을 자세히 묘사했습니다. 올해 출전한 외국인 선수들은 650 명으로 미국,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핀란드,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30여개 나라 출신입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점잖았지만 도로변의 살구꽃 사이에 늘어서서 외국인들과 손뼉을 맞추거나 손을 흔드는 등 선수들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북한 어린이들은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대담해져서 외국인들과 손뼉을 맞추는데 더욱 열심을 내고, 영어로 질문을 쏟아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조선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름이 뭐에요?”, “몇 살 입니까?” 등을 영어로 말했다는 겁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한 선수는 젊은 북한 여성이 손에 입을 맞춘 뒤 이를 자신에게 불어 깜짝 놀랐고, 미국인 선수는 북한인 여성이 교통정리를 하다 자신에게 눈을 찡긋한 것 같다며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지난 2011년 원반 던지기, 프리스비 경기를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한 미국인은 “당시보다 느슨하고 통제가 덜 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평양 마라톤 대회를 통해 북한 건물에 들어갈 수 있는 드문 기회도 주어졌습니다. 선수들은 세계 여느 마라톤 대회에서 볼 수 있는 이동화장실 대신 도로에서 가장 가까운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중국 베이징의 북한전문 고려여행사 직원은 `뉴욕타임스'에 지난해 평양 마라톤 대회 때는 일부러 모든 화장실을 다 방문한 선수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대회가 끝난 뒤 한 선수는 북한 주민들의 열렬한 환호에 대해 “조작된 것이면 어떤가? 그래도 기분 좋았다”고 밝혔고, 또 다른 선수는 “모든 북한 주민들의 반응이 조작될 수는 없고 특히 어린이들은 마음대로 하기 때문에 조작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주재 이탈리아대사관에서 일하는 한 외교관은 “평양 마라톤은 작은 개방일 뿐 구조적인 변화는 아니"라면서도, "2008년 뉴욕 필하모닉 공연처럼 서로 간의 호기심이 따뜻함으로 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경기 당일인 12일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한 고려여행사의 사이먼 카커렐 씨는 외국인 선수들이 북한 주민들과의 접촉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고 전했습니다.
카커렐 씨는 “많은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실제 실력보다 나쁜 성적을 거뒀다"며 "달리면서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손뼉을 맞추는 것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썼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USA 투데이' 신문은 16일자 기사에서 이번 대회에 미국인이 100여 명 참가했다며 그들의 소감을 전했습니다.
미 중서부 미주리 주 출신의 패티 헌터 씨는 이 신문에 북한 주민들이 미국인들을 직접 보면 미국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반 미국인들은 북한인들과 마찬가지로 하루하루를 살아나가고 같은 필요와 욕망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베이징에서 일하는 3 명의 미국인 동료들은 이번 마라톤 대회가 은둔의 왕국인 북한을 안전하고 흥미롭게 알 수 있는 경험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브루스 에이트킨 씨는 “비록 제한적이었지만 주민들과 관광안내원들, 호텔과 식당의 북한인들과 접촉한 것이 재미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크 키오 씨는 지하철에서 북한 어린이들에게 사탕을 나눠 주며 대화를 나눈 것이 즐거웠다고 말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북한의 한 관광안내원은 외국인 선수에게 “당신과 내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며,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