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북한이 이미 핵무기 20 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미 유력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추산하는 것보다 더 많은 규모인데요. 중국이 이례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규모를 자세히 밝힌 배경을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22일 북한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핵무기 20 개를 보유한 것으로 중국의 핵 전문가들이 추산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핵 전문가들의 이런 추산은 미국의 추정치보다 많은 것으로, 미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10 개에서 16 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해 왔습니다.
중국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이 내년까지 핵무기 수를 현재의 2 배로 늘릴 수 있는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에 따르면 북한의 핵 보유에 관한 중국 전문가들의 이같은 평가는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에서 비공개로 열린 미국과 중국 전문가 회의에서 나왔습니다.
중국 외교부 산하 연구기관인 중국국제문제연구소에서 열린 이 회의에는 중국에서 북 핵 관련 기술, 정치, 외교 전문가들과 군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미국 측 관계자들은 북한의 핵탄두 보유 규모를 추산한 전문가들이 중국 최고의 우라늄 농축 전문가들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이 북한의 핵무기를 이렇게 많이 추산한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베이징 회의에 미국 관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나중에 회의 결과를 설명 듣고 놀라움을 나타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정부는 물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는 중국 전문가들의 북한 핵무기 보유 추정치에 대한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밝혔습니다.
신문은 중국 전문가들의 추정치는 북 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중국에서는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핵 협상에 집중해 북 핵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베이징 회의에 참석했던 지그프리드 해커 미 스탠포드대학 교수는 중국 전문가들의 추정치에 대해 우려한다며, 북한의 행보를 되돌리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 (ISIS) 소장은 신문에 북 핵 문제에 대한 중국 측 태도가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중국은 북한이 핵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현재는 걱정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의 북한 핵무기 추정치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의 계산된 전술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가 정말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면 중국이 이미 자체적으로 움직였을 것이기 때문에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협상용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또 핵무기는 숫자 보다는 보유 자체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추정치는 의미가 적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그러나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북한의 많은 핵무기에 대한 안보 우려 때문에 자체 핵무기 개발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