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아랍 연합군의 특수부대가 예멘에 상륙했습니다. 네팔 대지진이 일어난 지 8일만에 101살 노인이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중국과 타이완의 집권당 수뇌들이 베이징에서 만났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차대전 전승기념 7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번 주 러시아를 방문합니다.
진행자) 오늘은 중동 소식부터 살펴보죠? 사우디아라비아가 드디어 지상군을 예멘에 투입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아랍 연합군이 예멘의 남부 항구도시 아덴에 특수부대를 상륙시켰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동안 예멘 시아파 반군을 공습해 왔지만 예멘에 지상군을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수부대는 아덴 국제공항에서 예멘 시아파 반군 후티와 교전을 벌였습니다.
진행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지상군 투입에 대해 어떤 설명을 내놓았습니까?
기자) 아직까지는 지상전이 전개되고 있다는 보도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사우디 군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아덴에 외국 군대는 없다며 연합군은 반군과의 전투를 지원하고 있다고만 밝혔습니다. 하지만 예멘 현지에서 지상군 투입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예멘 정부, 군 관계자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동맹군의 지상 병력이 아덴에 처음으로 도착해 아덴공항 부근에서 반군과 전투를 벌였다고 전했습니다. 아덴 지역의 일간지 ‘알가드’도 동맹군의 첫 지상군 병력이 3일 아덴에 진입해 전투에 참여했다고 보도했고, 친정부 민병대 간부도 AFP통신에 동맹군 지상병력이 민병대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예멘에 투입된 지상군 병력은 얼마나 됩니까?
기자) 수십 명 정도라는 것 말고는 정확히 파악된 바가 아직 없습니다. 알자지라 방송은 최소 20명이 정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아덴에 파병됐다고 전했고 ‘로이터’ 통신은 민병대 관계자를 인용해 40∼50명 규모라고 보도했습니다. 확실한 건 아직까지는 제한적인 규모의 지상군이 투입됐다는 겁니다. 예멘 정부 관계자도 AFP 통신에 이점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당장 대규모 공세가 시작되기는 어려운 상황이군요.
기자) 네. 아덴에선 ‘민중저항위원회’라는 이름의 민병대가 시아파 반군 후티와 지난 3월 중순부터 치열한 교전을 벌여 왔는데요, 이번에 투입된 지상군이 전략 요충지인 아덴 국제공항 탈환을 지원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후티 반군에 대한 연합군의 공습은 계속되고 있습니까?
기자) 연합군은 지난달 21일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중단한다고 이미 선언했습니다. 반군에 쫓겨 사우디아라비아로 피신한 하디 예멘 대통령의 요청으로 한 달동안 진행하던 일명 ‘단호한 폭풍(Decisive Storm)’ 작전을 중단하기로 한 겁니다. 대신 ‘희망의 부활(Operation Renewal of Hope)’ 이란 이름의 시민보호와 의료지원, 테러와의 전쟁을 주 임무로 하는 작전을 새롭게 펼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공습은 완전히 멈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지금까지 1천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서 연합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연합군이 집속탄을 사용했다는 주장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제기한 내용인데요, 연합군이 지난달 17일 예멘 북부 사다 지역을 폭격하면서 집속탄을 사용했다는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는 겁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관련 사진과 동영상을 모아놓았다고 밝혔습니다. 집속탄은 수십 개의 작은 폭탄을 담고 있는데, 한꺼번에 폭발하지 않고 일부가 불발탄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지뢰로 변하는 건데요, 민간인들도 피해를 입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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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이번에는 네팔로 가보겠습니다. 대지진이 발생한지 벌서 9일째가 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진 피해로 사망한 사람들의 수도 계속 늘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7천200 명을 넘어섰습니다. 수색과 구조작업이 진행되면서 전체 사망자 규모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아직도 유럽인 1천 명을 포함해 수 천 명이 실종 상태입니다. 지진이 발생한지 9일째가 되면서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있는 생존자들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네팔 당국도 생존자를 추가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진까지 이어지면서 구조와 수색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3일에도 카트만두 인근에서 규모 4.9 지진이 발생해서 주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진행자) 그래도 구조작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지요?
기자) 물론입니다. 20여개국에서 온 구조팀으로 이뤄진 수색대가 탐지견과 열추적 장비를 동원해 카트만두 곳곳에서 잔해 속을 뒤지고 있습니다. 구조팀은 히말라야 등반 코스로 인기가 높은 카트만두 북쪽 라수와 지역에서도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데요, 이곳에서 51구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시신 중에는 프랑스인과 인도인 등 외국인도 포함돼 있었고 네팔인 안내원과 짐꾼이 있었습니다. 지진 직후 발생한 산사태로 흙더미에 파묻힌 것으로 보입니다. 네팔 당국은 비슷한 상황에서 실종된 외국인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생존자를 구출할 가능성은 줄고 있지만 기적 같은 이야기들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지난 2일이었는데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80km 떨어진 산간마을에서 노인 한 명이 무너진 집 잔해 속에 파묻혀 있다가 구조됐습니다. 101살의 노인이 7일동안 버티고 살아있었다는 게 기적 같은 얘기죠. 지진 발생 22시간만에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생후 5개월된 아기가 무사히 구조됐다는 소식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 그에 못지 않은 극적인 구출 소식입니다.
지진으로 살아갈 힘을 잃은 네팔 국민들에게는 희망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재민 지원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기자) 이재민들은 정부와 지원단체에 식량과 식수를 신속히 전달해 줄 것과, 집을 잃고 야외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재민들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호물자가 여전히 신속하게 전달되지 않고 있습니다. 수도 카트만두에는 세계 곳곳에서 보내준 구호물자들이 쌓여 있는데, 정작 네팔 당국은 팔짱을 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지진이라는 긴급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세관검사를 일일이 거쳐야 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소관부처도 여기저기로 나눠져 있어서 구호단체들이 애를 먹고 있습니다. 네팔 주재 미국대사가 직접 네팔 총리를 만나 이 문제를 제기해서 서둘러 시정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지원도 도착했습니까?
기자) 네. 미군 항공기와 중장비, 항공 관제사들이 네팔에 도착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밀려드는 구호품을 사고현장으로 수송하는 게 큰 과제인데요, 미군이 이걸 도울 계획입니다. 미 국방부는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레이 4대와 화물수송기 2대도 네팔로 보낼 예정입니다. 수송 헬리콥터 3대도 네팔 구호활동에 투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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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이번에는 양안관계 소식입니다. 중국과 타이완의 집권당 수뇌들이 만났군요.
기자) 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주리룬 타이완 집권 국민당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수뇌회담을 가졌습니다. 중국 공산당과 타이완 국민당의 현직 최고 지도자가 만난 건 2008년 이후 7년 만입니다.
진행자) 어떤 문제가 논의됐습니까?
기자) 양안관계 발전방안이 논의됐습니다. 시 주석은 양안관계가 다시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면서 함께 운명공동체를 건설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타이완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습니다. 양안관계가 평화, 발전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92컨센서스와 타이완 독립 반대의 정치적 기초를 견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하나의 중국’ 원칙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륙과 타이완이 ‘하나의 중국’에 속해 있음을 인정하는 게 양안관계의 핵심이라는 겁니다. 대외적으로 정통성 있는 중국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 중국 본토 정부여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92 컨센서스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경고로도 볼 수 있습니다. 92 컨센서스는 지난 1992년 홍콩에서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와 타이완의 해협교류기금회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 합의를 말합니다.
진행자) 시 주석이 이 시점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차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타이완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야권이 내년 집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내년 1월 총통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현재로서는 집권 국민당이 야당인 민진당보다 지지율이 낮은 상황입니다. 지난해 11월 지방선거도 민진당이 큰 승리를 거뒀습니다. 민진당의 유력 총통 후보인 차이잉원은 92컨센서스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시 주석의 발언이 사실상 민진당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만 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어렵게 쌓아온 협력의 성과가 물거품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면서, ‘92컨센서스’를 부정한다면 ‘하나의 중국’이란 법리적 기초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그리고 일변일국, 그러니까 양안에 각각 국가가 한 개씩 존재한다는 주장을 경계했습니다. 하나의 중국, 하나의 타이완이라는 의미의 일중일대 주장도 민족과 국가, 인민의 근본이익을 훼손하고 양안관계 발전의 초석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타이완의 주리룬 국민당 주석은 어떤 말을 했습니까?
기자) ‘92컨센서스’를 기초로 양안이 지역의 평화, 환경보호, 경제협력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타이완 입장에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이라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중국 주도로 창설되는 이 국제개발은행에 타이완도 가입하고 싶다는 입장을 주 주석이 시 주석에게 거듭 밝혔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타이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을 원하지 않는가 보군요.
기자) 네. ‘하나의 중국’ 원칙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창립회원국 가입 신청이 3월31일로 끝났는데요, 타이완도 마지막 날 중국에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타이완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중국 정부의 방침 때문에 창립회원국 지위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수뇌회담에서도 시진핑 주석은 타이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 의사를 환영한다면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진행자) 중국 소식 하나 더 알아보겠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이번 주 러시아를 방문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2차대전 전승기념 70주년 행사에 참석합니다. 이미 보도해 드린 대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참석 계획을 취소했고, 대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합니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박근혜 한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서방의 주요 정상들이 참석하지 않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의 참석이 더 눈에 띨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전승기념 군사행진에 중국 군인들이 참여한다는 사실이 그 단적인 예입니다.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양국간에 중요한 군사적 거래도 있었습니다. 러시아산 첨단 방공미사일 S-400을 중국이 수입하기로 한 겁니다. 이 밖에도 두 나라는 대형 여객기를 공동 연구제작하기로 하고 달기지 건설사업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구촌 오늘' 김연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