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21일)로 예정됐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허가를 북한이 돌연 철회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을 방문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일 오전 서울 디지털포럼에 참석해 북한이 이날 새벽 외교 경로를 거쳐 개성공단 방문 허가 결정을 철회한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북측 당국이 저의 개성공단 방북 허가 결정을 철회한다고 알려왔습니다. 이런 갑작스러운 철회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은 없었습니다. 이런 평양의 결정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반 총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 총장은 이에 앞서 19일 남북한 당국의 동의를 얻어 개성공단 방문 계획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22년 만으로, 반 총장의 방북으로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습니다.
한국 정부도 북한이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허용을 철회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은 북한이 고립의 길이 아닌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길로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N. Korea calls off U.N. chief's visit to Kaesong complex Act 02 EJK 05/20/15 [녹취: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 “정부는 북한이 고립의 길로 나아가지 말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내민 대화와 협력의 손을 잡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길에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하는 바입니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북한의 방북 허가 철회 통보는 뉴욕주재 북한 대표부를 통해 유엔 본부에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갑작스럽게 방북 결정을 철회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한국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반 총장의 전날 발언을 문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반 총장은 19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 등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사항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북한의 인권 개선과 비핵화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과거에도 해외 고위급 인사들의 방북 전 발언을 문제 삼아 방북을 취소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남북 대화 메신저’ 역할을 자처한 반 총장의 방북을 거부 함으로써 사실상 남북 대화 의지가 없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또 다른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보기에 현 국면에서 반 총장의 방북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현영철 인민 무력부장의 숙청 이후 내부적으로 충성 경쟁에 따른 강경한 대외 정책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은지 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