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원격 교육' 강조..."우상화 선전 이용"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의 원격교육체계가 전국의 근로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노동신문이 21일 소개했다. 사진은 노동신문에 실린 것으로 김책공대에서 원격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장면으로 보인다.

북한이 최근 원격교육을 부쩍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원격교육이 성공하려면 정책을 당이 아닌 교육·기술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인 한국의 지원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최근 잇달아 원격교육이 북한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보시는 거와 같이 나라의 방방곡곡 우리 원격교육 체계가 들어가서 누구나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1일 최근 넉 달 동안 김책공업종합대학의 원격교육대학에 4천 명이 새로 입학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지난 4년 동안 입학한 규모와 맞먹는 숫자로, 현재 8천 명이 원격교육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노동신문’은 특히 전국의 기관과 기업소, 공장들에서 김책공대와 원격교육을 연결한 곳이 1천 370 개로 늘었다며, 그 우월성 때문에 “사회주의 문명국의 휘황한 내일이 밝아오고 있다” 고 주장했습니다.

원격교육은 교원과 멀리 떨어져 있는 학습자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서로 얼굴을 보며 가르치고 소통하는 교육 형태를 말합니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국제사회에서는 흔히 사이버 강좌, 온라인 수업 등으로 불립니다.

북한이 원격교육을 강조하는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몇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북한 김책공대 출신으로 함흥컴퓨터기술대학 교수를 지낸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원격교육을 통해 교육 예산을 줄이고 지방 학생들이 우수한 평양 교수진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김 대표는 특히 “이런 장점들이 김정은 우상화에 적격이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원격교육을 상당히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김정은 시대에 새롭게 변모된 모습들을 보여줘야 합니다. 젊은 지도자의 영명함 등 과거에 없던 것을 보여줘야 한단 말이죠. 북한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서 원격교육이 어느 정도 발전한지 모르니까 내부 선전을 통해 김정은 장군님이 바로 원격교육을 제시해 주셨다, 2년 전 이미 이런 게 강연제강에 나왔죠. 우상화에도 이 게 잘 먹힌다는 거죠. 과거에 없던 거니까.”

실제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과학기술의 정보화를 부쩍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모든 부문, 모든 단위들에서 과학기술을 생명으로 틀어쥐고 우리 식의 현대화, 정보화를 적극 다그치며 일꾼들과 근로자들의 과학기술 수준을 높이고 과학기술에 의거하여 모든 사업을 활력 있게 밀고 나가야 합니다.”

김흥광 대표는 원격교육이 우상화를 위한 선전수단이지만 일부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전세계가 다 원격교육, 평생교육으로 전환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에서는 개념 조차 없지요. 특히 평생교육은. 그럼 자기들은 여전히 구제도적인 시스템에 매몰돼 있으면서 원격교육 조차 없는 국가가 되면 안 되지 않습니까? 지금이라도 그런 것을 하지 않으면 빨리 발전하는 국제사회의 선진 교육제도에 너무나도 떨어지는 것에 대해 안달이 난 거죠.”

김 대표의 지적처럼 북한과 선진 국제사회의 원격교육 환경은 아직 큰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첨단 내용물 (콘텐츠)이 담긴 인터넷 온라인 수업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교수와 학생들이 쌍방향으로 수업과 토론을 진행할 뿐아니라 첨단기술을 동원해 실제 교실에서보다 더 역동적인 교육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 조지타운대학교의 노동경제학자인 토니 카라발리 교수는 ‘VOA’에 미국에서는 대학 뿐아니라 많은 직장인들이 온라인 원격교육을 크게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카라발리 교수] “It’s really quite clear that more and more people need post-secondary education…”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전문지식을 따라잡기 위한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 데 온라인 원격교육은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는 효율성 측면에서 매우 인기가 높다는 겁니다.

세계 인터넷 강국인 한국 역시 많은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을 제공하고 있으며 사이버 전문대학이 17 개에 달할 정도로 원격교육이 매우 활발합니다.

[녹취: 대학 홍보영상] “방송대학 TV가 5월을 맞아 요일 별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다채로운 교양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입니다…”

지난 1972년부터 원격교육을 시작한 방송통신대학은 특히 전통적인 TV 강의는 물론 다양한 멀티미디어 영상을 통해 다채로운 수업과 내용물을 제공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녹취: 방송통신대학 홍보영상] “학생 입장에서는 좋은 콘텐츠! 그래서 철저하게 가장 학생 입장에서 모든 것을 생각해야 하고, 두 번째는 좋은 콘텐츠를 확보해야 해요. 지금은 콘텐트 경쟁시대에요.”

이 학교에 따르면 원격수업을 통해 졸업한 학생만 수 십만 명에 달합니다.

김흥광 대표는 북한이 원격수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남북한 사이에는 엄청난 수준 차이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원격교육의 규모 면에서 비교가 안되고 교육 품질, 콘텐츠의 품질이 중요한데 한국은 가상현실이란 교육 프로그램이 굉장히 발달해서 과학실험도 물리적 장비를 쓰지 않고도 가상적 체험을 통해 실험과 맞먹는 인식을 할 수 있도록 하거든요. 소프트웨어가 발달해야 하죠. 하지만 북한은 단순 강의들을 원격으로 대치하고 있는 수준이죠.”

게다가 쌍방향이 아닌 교수가 대개 일방적으로 강의를 하는 수준이고 원격수업의 핵심인 기술 능력 역시 매우 초보적 수준이란 겁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학습자들한테 회선을 통해 전달하기 위해서는 동영상이 끊기지 않고 가려면 교수자 쪽의 메인 서버가 속도도 빠르고 저장용량도 크고 제한이 없어야 합니다. 또 학습자 쪽 역시 단말기가 빨리 받아 학습자에게 보여주는 성능이 좋아야 하는데 지금 북한의 단말기 수준은 가장 좋은 수준이 펜티엄 4 정도. 지금 한국에서는 펜티엄 4를 갖고서는 아무 것도 못합니다. 그러니까 10년 이상 떨어진 설비를 쓰고 있다는 거죠.”

전문가들은 특히 수 십억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인터넷을 북한의 학생들이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원격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합니다.

김흥광 대표는 북한에서 원격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정책을 당 간부들이 아닌 교육과 정보기술 전문가들에게 맡겨 창의성을 발휘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실용적이지 못한 보여주기 식 소프트웨어 개발보다 많은 주민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발, 그리고 세계적인 인터넷 선두주자인 한국의 지원을 과감히 수용해 관련 시설을 빠르게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