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성공단 근로자 '노보물자' 북한산 대체 요구

개성공단의 대표 간식으로 북한 근로자에게 인기를 끌었던 '초코파이'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북한판 초코파이인 '경단설기'가 차지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간식과 식자재를 모두 북한산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문 기사 보기] North Korea Bans South Korean Snacks at Kaesong Complex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입주기업들에게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노보물자’ 성격의 간식을 모두 북한산 제품으로 대체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9일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돌아온 입주기업 관계자는 ‘VOA’에 올해 3월부터 북한산 제품이 본격적으로 납품되기 시작해 현재 개성공단에서는 거의 모든 식자재와 간식이 북한산으로 대체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의 대표적인 인기 간식이었던 한국산 과자 ‘초코파이’도 이와 유사한 북한산 ‘겹단설기’로 대체됐습니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겹단설기’ 외에도 닭고기 즉석국수나 일본산 조미료와 비슷한 북한산 제품이 납품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또 한국산 물품을 공단에 반입하는 경우 해당 기업과 영업소에 대해 별도의 영업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산 물품을 공급해 오던 현지의 남측 영업소 50여 곳이 도산될 위기에 놓였다고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전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사이에서는 북한산 제품으로 대체될 경우 위생이나 품질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 다른 입주기업 관계자는 북한 근로자들 가운데 벌써 식중독 환자가 발생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북측 총국은 이를 기업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이번 조치는 한국산 제품의 북한 내 유입을 차단하는 효과와 함께 추가 외화 수입 확보라는 실리적인 측면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매달 북한 근로자 한 명에게 지급되는 간식은 60~70 달러로, 북측 근로자가 5만 3천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으로선 매달 3백만 달러 상당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북한 근로자 한 사람에게 평균 4-5 개, 많게는 10 개까지 간식으로 지급되던 초코파이의 경우, 북한 근로자들 상당수가 이를 장마당에 내다 팔아 북한 전역으로 유통되면서 북한 당국의 고민이 깊었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또 다른 한국 정부 당국자는 초코파이의 경우 한때 북한 장마당에서 쌀 1kg과 맞바꿀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며, 주민들 사이에선 생일상에 올린 초코파이의 개수가 많을수록 부유하다고 인식될 정도로 부의 상징으로 통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북한 당국은 지난해 초코파이의 공단 유입을 막는 등 한국산 제품의 공단 반입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