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6.15 공동선언 발표 15주년을 맞은 오늘 (15일), 그동안 거부해온 남북 당국 간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전제조건 없는 당국 간 대화를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문 기사 보기] North Korea Open to Talks, With Conditions
북한은 15일 ‘정부 성명’에서 남북 사이에 신뢰와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당국 간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정부 성명’은 북한의 공식 발표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지난해 7월 북한이 인천 아시안게임 응원단 파견 방침을 밝힌 이후 거의 1년 만입니다. 김정은 체제 들어서는 두 번쨉니다.
북한은 그러나 남북 당국 간 대화의 조건으로 한국 정부가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실천적인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는 점을 내걸었습니다.
구체적으론 미-한 군사훈련과 전단 살포를 중단하고 5.24 제재 조치를 해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 대북정책에서 미국과의 공조를 중단하고 `흡수통일' 정책을 포기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부당한 전제조건을 내세우지 말고 당국 간 대화에 조속히 응하라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통일부 박수진 부대변인입니다.
[녹취: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 “북한은 스스로 남북관계 개선에 유리한 분위기를 마련해 가야 한다고 밝힌 만큼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부당한 전제조건을 내세우지 말고 당국 간 대화의 장에 나오는 한편 남북 간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는 민간 교류에도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합니다.”
한국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의 이번 성명이 기존의 북한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6.15 선언 15주년을 맞아 한국 정부의 대화 의지를 시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내건 조건을 한국 정부가 사실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남남 갈등을 유발하고, 향후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한국 정부에 돌리기 위한 ‘명분 축적용’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비록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그동안 북한이 거부해온 당국 간 대화에 나설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다소 진전된 입장 표명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조건이 맞지 않아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이제 ‘대화할 생각이 있으니 조건을 만들어보자’는 것으로 바뀐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남북대화의 공을 한국 정부에 넘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한국 정부 관계자는 대내적으로는 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치적으로 선전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