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서울통신’, 오늘도 VOA 도성민 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진행자)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에 휩싸인 한국. 먼저 오늘까지의 상황을 짚어보겠습니다. 의료진들도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돼 환자가 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늘도 2개 병원의 간호사가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았습니다. 오늘까지의 감염 확진자는 165명인데 이 중의 30명이 의사나 간호사 등 병원 의료진입니다. 사망자도 3명이 늘어서 23명이 됐습니다. 완치돼 퇴원한 사람은 24명이고, 격리자는 200여명이 더 늘어 6,729명, 지금까지 메르스로 격리되었다가 해제된 사람까지 더하면 11,200여명이 메르스로 인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거나 받았습니다.
진행자) 아직도 새로운 감염자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군요. 감염 경로로 찾아야 하고, 이에 따른 격리자들도 늘어날 것이고 말이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기존에 관찰을 받고 있던 격리자가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들이 증상이 나타나 확진판정을 받아 문제입니다. 더 광범위한 조건으로 격리 관찰대상자를 살펴야 한다는 것인데요. 80여명의 확진자가 나온 삼성서울병원에서는 특정기간에 이 병원을 다녀간 모든 사람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습니다. 하루 1만 여명이 다녀가는 초대형병원입니다.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특정 기간 방문자만 해도 5만명이 넘는데요. 메르스 사태를 잠재우기 위한 가장 우선 적인 관리 가운데 하나로 이 병원 직원과 환자, 방문자에 대한 점검에 들어가는 겁니다. 5만 여명에게 일일이 전화해 발열과 증상을 살피는 일에 병원과 서울시 상담원, 각 지역 보건소 담당자들이 모두 나서고 있습니다.
진행자) 상황이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한국 정부에서는 ‘메르스 사태 종식’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종식’이라는 것은 어디에 기준을 두는 겁니까?
기자) 바이러스의 최대 잠복기보다 최대 2배가 되는 기간에 새로운 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메르스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이 부분은 세계보건기구(WHO) 에볼라와 같은 감염병 사태의 종식 기준에 준하는 것인데요. 한국 정부는 최근 이번달(6월) 안으로 메르스 전쟁을 끝내겠다고 시한을 정했는데, 아직 매일같이 새로운 확진자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메르스 종식’이라는 말이 나오기 까지는 2~3개월의 시간은 더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입니다.
진행자) 지난달 20일에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으니까 내일이면 메르스 사태가 한 달째가 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4월과 5월에도 중동지역에서 유행했던 메르스였다는데 한국에서는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에는 메르스에 대해 무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초기에는 어떤 감염병인지 몰라서 안이한 방어를 하다가 확진자가 속출하고 사망자가 나오면서 공포가 된 것인데요. 아직도 새로운 확진자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차분히 지켜보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것이 변화이구요. 메르스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의 이야기와 응원하는 목소리, 또 유가족 격리자 등을 돕기 위해 나선 봉사자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메르스 극복에 대한 희망의 분위기도 싹트고 있습니다.
진행자) 메르스로 인해 환자들과 함께 격리 상태에 있는 의료진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기자) 병원은 메르스 감염 예방을 위해 출입을 할 수 없는 폐쇄상태이지만 기존에 입원해 있던 중증환자에게는 의료진이 꼭 필요합니다. 병원이 폐쇄된 만큼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환자를 위해서는 병원을 떠날 수 없고, 출퇴근은 하고 있지만 가족으로의 감염을 걱정도 내려놓을 수 없는 의료진들에게 방염 마스크를 쓰고 음식을 준비하는 봉사자들이 지은 따뜻한 식사가 의료진들에게 위로와 응원이 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참 훈훈한 소식이군요. 격리된 사람들에게도 이런 도움의 손길을 전해지고 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나라 안의 궂은 일, 도울 일이 있을 때마다 노란 조끼를 입고 나서는 대한적십자사 봉사원들이 나서고 있습니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에게 끼니와 생필품을 챙겨주는 일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손발이 되어 주는 일에도 대한적십자사 봉사원들이 나서고 있는데요. 메르스로 집이나 병원, 시설에 격리되어 있어 여러모로 불편함이 많은 이웃들을 위해서 나라가 지원하는 구호물품 (즉석밥과 라면, 반찬 몇 가지를 담은 부식세트와 식료품 등) 일일이 상자에 담아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구요. 마을 자체가 격리되어 있는 전라북도 순창의 한 마을에서는 공무원들과 지역 봉사단체 사람 160여명이 그 동안 거둬들이지 못했던 복분자를 대신 수확해 주어서 다 지은 농사를 망치게 됐다고 걱정하는 농가의 시름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진행자) 메르스 때문에 헌혈을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던데, 무슨 얘기인가요?
기자) 한국의 주요 도심,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에는 ‘헌혈의 집’이라는 것입니다. 혈액이 부족해 수입을 하고 있는 현실에 일반인들의 혈액 기부를 받는 곳인데요. 메르스 사태 이후 헌혈을 꺼리는 분위기가 더 커져 수급 비상상황을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학생과 군인, 경찰 등이 단체로 헌혈을 하고 있는 겁니다. 오늘은 정치인들도 헌혈 대열에 참가했는데요. 어려울 때 일수록 서로 마음을 합하고 돕는 십시일반의 나눔 정신이 메르스 공포를 가라앉히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진행자) 서울통신, 오늘의 마지막 소식 알아볼까요? 새 총리가 임명됐군요?
기자) 50여일 동안 빈자리였던 한국의 국무총리, 오늘 그 공백이 채워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했던 법무장관 출신의 황교안 총리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등의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끝내고 오늘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습니다 지난 4월, 불법 정치자금 등의 문제로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성완종리스트’에 연루돼 물러난 이완구 전 총리가 사임한 지 52일만인데요. 여야의원 278명 중 찬성 156, 반대 120 무표 2표로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진행자) 국무총리는 한국 내각의 수장, 황교안 총리는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1957년생 (58세) 입니다. 대검찰청 공안검사를 역임했고, 부산, 대구 창원 검찰청 검사장을 지냈습니다. 변호사를 거쳐 지난 2013년 법무부장관이 임명에 이어 박근혜 정부의 새 총리로 박탈 된 인물입니다. 총리 후보자로 내정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비정상의 정상화’ 등 나라의 기본을 바로 잡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정치권에서는 고강도 정치개혁을 할 인물로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새 총리의 첫 임무, 아무래도 메르스 사태 관리가 되겠군요?
기자)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국가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은 뒤 취임식도 없이 곧바로 메르스 격리 치료 현장인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았습니다. 지난해 일어난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워진 국가 재난컨드롤타워의 책임자는 바로 국무총리인데요. 자신이 메르스 종식의 선봉에 서겠다며 총리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서울통신, 도성민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