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대 러시아 제재 연장...필리핀, 미·일과 남중국해 해상훈련

22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럽연합 외무장관 회의에서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오른쪽)와 장 아셀보른 룩셈부크르 외교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중요한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VOA 김근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유럽 연합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독일을 방문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러시아와의 새로운 분쟁을 원하지 않지만, 미국과 동맹국을 겨냥한 위협에는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이 미국, 일본과 합동 해상군사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의회가 탈레반 반군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유럽의 대 러시아 제재 연장 소식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유럽연합 회원국 28개국 외무장관 회의가 오늘(22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렸습니다. 외무장관들은 회의에서 원래 다음 달 말에 끝나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내년 1월까지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진행자) 그런 결정을 내린 건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휴전협정이 체결됐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이달 초부터 정부군과 친 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의 교전이 다시 격화되는 양상입니다. 러시아가 대규모 병력과 중화기를 동원해서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연장하기로 합의한 겁니다. 유럽연합이 이번 제재를 처음 단행한 건 지난해 7월이었는데요. 당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을 강행하고, 동부 반군을 지원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자 제재 결정을 내렸었습니다.

진행자) 제재가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러시아의 에너지와 방위, 금융 산업의 유럽 내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러시아 관련 기업들은 유럽에서의 활동은 물론이고 유럽으로부터의 투자도 중단되면서 타격을 입었는데요. 러시아는 제재의 영향이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서방국들은 러시아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었습니다. 러시아 경제는 미국과 유럽연합 등의 제재 외에도 국제 유가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위기를 겪었지만, 최근 다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었습니다.

진행자) 유럽연합은 이번에 제재를 연장하면서, 러시아가 휴전협정을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고요?

기자) 마자 코디잔치치 유럽연합 대변인은 오늘 제재 연장을 공개하면서, 러시아가 민스크 휴전협정을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민스크 협정은 지난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협정을 중재한 독일과 프랑스가 서명했는데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모든 중화기와 외부 병력을 철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최근 더 많은 러시아 병력과 중화기가 목격됐다고 나토가 밝혔고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만 명 가까운 러시아 병력이 동부 반군 지역에 들어와 있다며,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어떤 반응입니까?

기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유럽연합의 제재는 근거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부인해왔는데요. 우크라이나 동부에 있는 병력도 정부가 보낸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친 러 반군 세력을 돕기 위해 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러시아 군인들이 정부와 상관 없이 탱크같은 중화기 까지 몰고 우크라이나 반군을 지원하러 갖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죠.

진행자) 앞서 러시아도 유럽연합의 조치에 대응한 제재를 단행했었는데. 러시아의 대 유럽연합 제재는 어떻게 됩니까?

기자) 유럽연합의 이번 제재 연장 결정에 따라, 러시아도 대 유럽 제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의 대응은 상호주의에 입각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러시아가 유럽에 취한 제재인 식품 금수 조치도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로인해 유럽 농가들도 일부 타격을 입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일부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중단시키기 위해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도 오늘(22일) 독일을 방문 중인데, 대 러시아 제재에 대한 입장을 밝혔죠?

기자) 카터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최선의 대응책은 경제 제재이며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이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카터 장관은 특히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주변국가들에 대한 공세로 치러야할 대가가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고요?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냉전 이후 최악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요. 카터 장관은 미국은 냉전으로 돌아가거나 러시아와의 새로운 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미국과 동맹국을 겨냥한 위협에는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카터 장관은 또 러시아가 다른 나라를 과거로 돌아가게 만들 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강력하면서도 균형잡힌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가 다른 나라가 과거로 돌아가게 만드려 한다는 건, 우크라이나에 친 서방 정부가 들어선 후 개입한 점 등을 가리키는 것인데요. 앞서 사만다 파워 유엔 주제 미국 대사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은 친 서방 정부의 자원을 고갈시키고, 국민의 지지에 타격을 주기 위한 의도라고 밝혔었습니다.

진행자) 카터 장관이 이번 유럽 방문 중에 또 어떤 일정이 있습니까?

기자) 카터 장관은 오늘(22일) 독일 국방장관과 회담한 데 이어, 노르웨이, 네덜란드 국방장관과도 만나고요. 내일(23일) 발트해 국가인 에스토니아에서,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3국 국방장관들과 회담하는데요. 이들은 과거 소비에트 연방에 속했던 나라들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으로 심각한 위협을 느끼면서 나토 병력 주둔을 요청한 바 있는데요. 최근 미국이 나토 신속대응군 파병 차원에서 발트해 3국과 동유럽 국가에 최대 5천 명 규모의 병력과 중화기를 주둔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이 공개된 바 있기 때문에, 카터 장관의 이번 방문이 더욱 주목됩니다. 한편 카터 장관은 이어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국방장관 회담에 참석하는데, 여기서도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 방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입니다.

/// VOA ID ///

진행자) 이번엔 아시아로 가보겠습니다.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미국, 일본의 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됐다고요?

기자) 필리핀 해군은 오늘(22일) 미국, 일본과 각각 합동군사훈련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훈련 장소는 남중국해 팔라완섬 주변 해상인데요. 필리핀은 최근 중국이 자국과 가까운 영유권 분쟁도서에 인공섬을 조성하고 군사 시설을 건설하면서 큰 우려를 밝힌 바 있는데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미국 등과의 군사 협력 강화를 추진해왔고, 이번에 같은 시기에 미국, 일본과 각각 합동군사훈련에 돌입한 겁니다.

진행자) 훈련이 언제까지 진행됩니까?

기자) 미국과의 훈련은 25일까지 연례 합동훈련 차원에서 실시되는데요. 미군에서는 '포트워스' 연안전투함과 P3 오라이언 해상 정찰기 등이 참가하고요, 전시 정찰, 실탄 사격과 함께 불법 선박 나포, 구조 훈련도 벌입니다. 일본과는 지난 5월에 이어 두 달 만에 합동훈련을 벌이는 건데요. 필리핀은 일본과의 이번 훈련은 해상군사훈련이라기 보다는 해상활동에 가깝다면서, 양국 P-3C 오라이언 정찰기가 참여하며, 재난 구호와 구조 등 인도적 지원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습니다. 일본과의 훈련은 24일까지 사흘간 진행됩니다.

진행자) 이번 훈련 지역이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해역에서도 멀지 않다고요?

기자) 중국이 인공섬을 건설 중인 스프래틀리 군도와도 300 킬로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중국은 스프래틀리 군도 여러 곳에 인공섬을 매립하고 활주로와 부두, 막사와 유류저장고 등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 시설을 건설 중인데요.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앞서 중국이 이 곳에 전투기를 배치할 경우 필리핀 전역이 작전 반경에 들게 되며, 의도하지 않는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필리핀 정부도 이번 훈련이 중국을 겨냥했다는 입장입니까?

기자) 아닙니다. 필리핀 정부는 미국, 일본과의 이번 훈련은 정례적인 것이며, 중국이나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상황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훈련이 중국을 겨냥한 세 나라의 군사 공조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필리핀과 오랜 군사동맹이지만, 일본도 최근 필리핀과의 군사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얼마전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이 도쿄를 방문했을 때, 두 나라 정상은 곧 일본의 방위장비와 기술이전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고요. 아키노 대통령은 일본 자위대 소속 항공기와 함정의 재급유와 물자 조달을 위한 필리핀 군기지 이용을 허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는 군사기술 수출과 자위대 활동 범위의 확대를 추진하기로 한 일본 아베 정부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군사 협력 확대를 추진해온 필리핀 사이에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한편 필리핀 일부 정치인들은 자국에서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도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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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프가니스탄 의회가 탈레반 반군의 공격을 받았다고요?

기자) 오늘(22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는 중무장한 탈레반 반군 대원 여러명이 의사당을 공격했는데요. 민간인 2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습니다. 아프간 정부에 따르면 의원들은 모두 무사하게 대피했고요, 탈레반 대원들은 모두 현장에서 사살됐습니다.

진행자) 공격이 어떻게 벌어졌습니까?

기자) 아프간 정부에 따르면, 반군 1명이 의사당 입구에서 차량 폭탄을 이용해 자살 폭탄 공격을 벌였고요. 이어 중무장한 반군 6명이 의사당 내로 진입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의사당을 지키던 병력의 반격을 받아 모두 사살됐습니다. 현지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 불길과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군인과 경찰이 대거 주변을 지키는 모습인데요. 의원과 보좌관들이 황급히 건물을 빠져 나오는 모습도 보입니다. 아프간 의사당이 공격을 받은 건 2012년 이후 처음인데요. 아프간 정부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도 관련 입장을 밝혔군요?

기자) 네. 현재 미국 대사관이 성명을 냈는데요.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로하면서, 민주주의와 법치를 파괴하려는 탈레반의 노골적인 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구촌 오늘' 김근삼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