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은행 영업중단 긴급 조치...중국서 AIIB 협정 서명식 열려

29일 그리스 항구도시 태살로니키의 폐쇄된 은행 앞에서 노인들이 연금을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중요한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VOA 김근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국가부도 사태 위기에 몰린 그리스가 유럽연합이 제시한 추가구제금융안을 받아들일 지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하고, 은행 영업을 중단하는 긴급 조치를 취했습니다. 중국이 주도하는 새 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협정 서명식이 베이징에서 열렸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그리스 경제 소식부터 살펴보죠?

기자) 그리스는 국가부도 사태 위기를 피하기 위해 그동안 국제 채권단과 추가구제금융 협상을 벌여왔습니다. 당장 내일까지 국제통화기금, IMF에 18억 달러를 갚아야 하고, 다음달에도 줄줄이 더 큰 채무 상환 기일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그리스 정부는 갚을 능력이 없기 때문에 추가로 돈을 빌려야만 채무불이행, 즉 디폴트 상황을 피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주말 그리스 정부와 국제 채권단의 추가 협상이 결렬되면서, 점점 국가 부도사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만약 현실이 될 경우 주변 유럽 경제는 물론이고, 전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요, 오늘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증시도 이런 그리스 경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폭락세로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리스 정부가 유럽연합이 제시한 추가구제금융안을 받아들일 지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고요?

기자) 앞서 협상이 결렬된 건 유럽연합이 제시한 추가구제금융안을 그리스 정부가 거부했기 때문인데요. 유럽연합의 방안은 돈을 더 빌려주는 조건으로 재정 건전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자 그리스 정부가 돈을 더 빌려달라고 요청한 채무 한도 증액 요구를 국제 채권단이 거부하기로 했는데요. 채권단은 그동안 그리스 정부의 요구로 구제금융 재협상을 진행 하면서도, 채무불이행 사태를 피하기 위해 그리스 정부에 계속 돈을 빌려주고 있었는는데, 이제는 그리스가 협상안을 받아들일 때까지 거부하기로 겁니다. 이렇게 되자 국가부도사태를 우려하는 그리스 국민들이 은행에 맡겨 둔 돈을 찾기 위해 몰리는 등 혼란이 발생했는데요. 그리스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유럽연합이 제시한 추가구제금융안을 받아들일 지 국민들에게 직접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했고요, 그 때까지 은행 영업을 중단하는 긴급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리스 국민들은 국민투표가 열리는 5일까지는 하루에 66 유로라는 최소한의 금액만을 인출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심각한 상황인데요, 국민투표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유럽연합이 제시한 구제금융안은 그리스의 재정 개선을 위한 방안을 담고 있는데요. 지출을 줄이기 위해 연금을 대폭 삭감하고요, 세금을 늘리는 등의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그리스 좌파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혀 온 것인데요. 현 좌파 정부는 긴축 보다는 경제 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결국 선택은 국민들의 손에 넘어왔는데요. 국민들의 입장에서 연금이 줄고,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건 분명히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국가부도사태로 인해서 더 큰 고통이 올 거란 우려도 큰데요. 실제로 지난 주말 실시된 그리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럽연합이 제시한 구제금융안을 찬성한다는 답변이 44%로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반대인 30%보다 많았습니다. 만약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의 구제금융안을 찬성하면, 결국 구제금융안에 반대해온 치프라스 총리가 사임하고 조기 총선이 치러질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정치적 경제적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거란 예상입니다.

진행자) 만약 국민투표에서 반대 결정이 나오면 어떻게 됩니까?

기자) 추가구제금융을 받지 못하면 채무불이행 사태를 선언해야 하는데요. 그리스 정부가 경제가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새 통화를 찍고, 유로존에서도 탈퇴하는 수순을 밟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경제 개혁 조치를 추진해 나가겠지만, 상당한 경제적 사회적 혼란이 예상되는데요. 현재로서는 개혁이 성공할 거란 지지의 입장 보다는 그리스 경제가 결국 붕괴되고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습니다.

진행자) 그리스의 국가부도 사태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어떤가요?

기자) 그리스 경제 위기가 몇 년째 지속되면서, 외부에서도 그리스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왔기 때문에,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만큼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거란 관측이 많은 것 같고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오늘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증시는 그리스 경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폭락세로 출발했습니다. 한편 유럽에서는 그리스 외에 포르투갈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도 그리스 만큼은 심각하지 않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그리스의 영향이 앞으로 이들 나라에서 도미노처럼 연쇄적인 위기를 불러올 거란 우려도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도 관련 입장을 밝혔죠?

기자)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은 어제(29일)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통화했는데요. 그리스 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면서, 그리스 정부가 금융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루 장관은 그리스가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에서 탈퇴하지 말고, 그 안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는데요. 루 장관은 또 채권단 중 하나인 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또 독일, 프랑스 재무장관도 통화하고 해법을 논의했습니다. 한편 백악관도 그리스가 유로존 안 에서 개혁과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리스 경제가 어쩌다가 이런 상황까지 온 겁니까?

기자) 그리스가 금융 위기를 맞게된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있는데요. 크게 정부와 경제 기득권 세력의 부패와 부동산 거품등 으로 인한 물가 인상 등이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5년 전 경제에 빨간 불이 켜지자 정부가 급하게 긴축 정책을 펴고, 외부의 지원을 받았는데요. 세수가 줄면서 부채가 늘고, 빈곤층이 급증하는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지난 번 총선에서 새 좌파 정부가 드러섰습니다. 그런데 그리스 새 정부는 앞선 정부와 달리 개혁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제 채권단의 기존 협상 내용을 일부 무효화했습니다. 또 채무를 깎아달라면서 새 협상을 요구했는데요. 협상이 결렬되면서 국가부도 사태 위기에 몰렸습니다.

진행자) 유로화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던데요?

기자) 유럽의 단일 통화 제도인 유로화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각국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국 통화의 가치를 내리는 평가 절하의 방법을 썼습니다. 그러면 그 나라의 모든 상품 가격과 노동 비용 등이 단번에 떨어지기 때문에, 비상 상황에서 국가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경제 회생을 모색할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일 통화제도에서는 이런 평가 절하가 불가능해진 겁니다. 그래서 유로화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하지만 그리스 국민들은 계속 유로존에 남기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앞서 잠시 소개해드린 지난주말 여론조사에서 유로존에 남아야 한다는 의견이 68%로 반대 의견 25%다 훨씬 높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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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이번엔 아시아로 가보겠습니다. 베이징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새 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협정 서명식이 열렸다고요?

기자) 중국을 비롯해 인도와 러시아, 독일, 한국 등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AIIB 창립회원국 57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협정문 서명식이 개최됐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각 국 대표들을 초청해서 간담회를 개최했는데요. 시 주석은 전 세계 57개국 대표가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은, 통합과 협력, 개방을 뜻한다면서, 이런 다자간 협력의 정신 아래서 계속 노력한다면 성공적인 출범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언제 출범합니까?

기자) 회원국들이 협정문에 서명하면서 출범을 위한 준비는 끝났고요. 각국의 비준 절차만이 남았는데요. 모든 회원국 비준이 다 이뤄지기 전에도, 회원국 중 10개국 이상이 협정을 비준하고, 비준 국가의 의결권이 50%를 넘으면 공식 출범하게 됩니다.

진행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목표가 뭡니까?

기자) 인프라는 한국말로 기초시설 아닙니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아시아의 경제와 사회 발전을 위해서 각국의 도로와 철도, 항만, 통신, 에너지와 전력 등 기초시설 투자를 지원하게 됩니다. 아시아에는 현재 8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 수요가 있다는 분석인데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당초 자본금 5백억 달러를 목표로 했지만, 참가국이 늘면서 1천억 달러로 늘렸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참여하지 않았죠?

기자) 미국, 그리고 아시아의 경제 대국인 일본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두 나라는 기존 금융기구인 아시아개발은행의 최대 지분국들인데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아시아개발은행과 세계은행의 경쟁 기구로도 비춰지고 있는데요. 물론 각 기구들은 공식적으로 협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과 일본은 앞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대해 운영의 투명성과 운영의 공정성, 또 환경과 노동 문제 등에서 국제적 기준을 지킬 수 있을 지 우려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북한도 참여하지 않았죠?

기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앞서 중국에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북한의 금융과 경제 체제가 국제기구에 참여할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중국이 거부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중국과 북한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내용은 아닙니다. 한편 북한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수혜국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고요, 또 외부에서 북한 경제에 관여하기 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체계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새 금융기구가 생기면 각 참가국들의 지분율과 의사결정권에도 관심이 가는데요. 아무래도 설립을 주도한 중국의 지분율이 가장 높겠죠?

기자) 중국은 자본금 1천억 달러 중 300억 달러를 출자하기로 하면서, 의결권은 26%를 확보했는데요. 이 26이란 숫자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중요한 안건을 결정할 때 회원국 투표를 거치는데요, 3분의 2 이상 투표에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합니다. 중국은 의결권 26%를 확보했으니까, 결국 거부권을 갖게 된 것이죠. 한편 중국에 이어 지분율이 높은 나라는 인도, 8.5%, 러시아 6.7%, 독일 4.6%, 한국 3.8% 였는데요. 한국은 지분율에서 전체 57개 창립 회원국 중 5위, 아시아 국가 중에는 3위인 것이죠. 지분율 3.8%는 지금까지 한국이 가입한 국제금융기구 중 가장 높은 순위라고 합니다. 참고로 총 자본금 1천억 달러 중 지분율 3.8%니까, 한국 정부가 출자해야 하는 돈은 38억 달러 정도인데요, 7억5천만 달러를 먼저 내고, 나머지는 5년간 분할 납입 한다고 합니다.

진행자) 이번 창립 서명식에 57개국이 참가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국가들이 참가를 희망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왜 그런 겁니까?

기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역할과 창립국 참여를 통한 여러가지 기대 효과가 있기 때문인데요. 창립회원국이 되면 창립 때부터 기구의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요. 또 앞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차원에서 각 국에 투자 사업을 할 때, 자국 기업이나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짐으로써 경제적 이득과 함께 아시아 지역에서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구촌 오늘' 김근삼 기자였습니다.